"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다.
웃을 때마다 살며시 올라가던 입꼬리.
기분 좋을 때 무심히 흔들리던 어깨.
신나 하던 말투와 손끝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그녀의 체온.
모두 내 안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녀의 목소리만 기억나지 않는다.
나를 부르던 낮은 음색.
안심을 건네던 조심스러운 말투.
내 이름을 불렀던 짧고 따뜻했던 떨림 하나.
사랑을 전달했던 그녀의 음성은 지금 내 안 어디에도 없다.
늘 곁에 있었기에 잊지 않으려는 마음조차 품지 못한 걸까.
항상 가까이 있던 것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다.
익숙함은 가장 가까웠던 것부터 하나씩 지워갔다.
언제나 곁에 있는 것은 언제나 가장 먼저 잊힌다.
익숙함은 기억의 적이니까.
가장 익숙했던 그녀의 목소리였지만
가장 먼저 잃어버린 건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엔
그리움이 자꾸 말을 걸고 있었다.
당신은 이제 혼자 걷지만
당신의 웃음은
여전히 당신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나간 그리움이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당신에게 남겨진 마음은
당신이 다시 살아갈 힘이 됩니다
그러니 잊으려 애쓰지 마세요
애써야 할 것은
당신 자신을
조금 더 다정하게
안아주는 일입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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