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당신, 아직 거기에 있나요'
#9 장편소설 '당신, 아직 거기에 있나요'의 프리퀄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가 출간되었습니다.
이제 전국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9406477
휴대폰에서 메일 알림이 울린 건, 새벽이 채 밝지 않은 시각이었다. 알림 창 위엔 제목조차 없었다. 보낸 주소만 빛톨의 것이 맞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끝이 쓰여 있을지 알 수는 없었다.
연우는 메일을 쉽게 열지 못했다. 그녀의 글이 적혀 있을 수도 있었고, 그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대신 보낸 마지막 통보일 수도 있었다.
연우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떨리는 손끝이 휴대폰 액정에 닿았다.
메일이 열렸다. 천천히 이메일을 읽어 내려가는 연우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빛톨의 무너진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다.
연우씨 미안해.
너무 미안해서 이제는 말도 못 하겠어. 숨도 쉬어지지 않아.
이제는 잠도 못 자겠어. 제발 잠이라도 잤으면 좋겠어.
나는 연우씨 인생에 없어야 할 사람이었어.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사랑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는 늘 내가 망쳐버려. 내가 다 망가뜨려.
연우씨도 결국 내가 다치게 할 거야.
연우씨는 나에게 도망가야 해.
나...
너무 지쳤어. 숨 쉬는 것도 힘들어.
그냥 이제는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아.
이대로 잠들어서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아.
연우씨와 서울에서의 한 달, 그건... 그냥 꿈이었나 봐.
오래된 일처럼 기억도 잘 안나.
연우씨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잊지 못할 거야.
제발 날 잊어줘.
정말 마지막 부탁이야.
연락하지 말고, 나 찾지도 말고.
그냥, 나를 잊고 잘 살아줘.
부디, 연우씨 나를 기억하지 말아 줘.
미안해. 힘든 연우씨를 내가 더 힘들게 했어.
고마웠어. 잘 있어.
그녀의 메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혐오와 사과뿐이었다. 첫 줄에서 그녀의 생사 확인으로 안도한 마음은 글을 읽어내려갈수록 곧바로 걱정으로 바뀌었다. 자살을 강하게 암시하는 듯한 그녀의 글은 그녀가 곧 숨이 꺼지기 직전처럼 보였다.
연우의 머릿속에는 빛톨이 차가운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흩여진 알약들과 침대에서 깨어나지 않고 잠든 장면이 영상처럼 재생됐다. 연우는 결국 전화를 몇 번이나 계속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연우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까맣게 지새운 새벽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날 오전 9시. 갑자기 빛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빛톨의 목소리는 울고 있었는지 코가 막힌 듯 목소리를 내며 말을 잘 못 잇고 있었다. 연우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속엔 연우를 알아보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자기야. 나야 연우... 아무 일 없는 거지? 괜찮은 거지? 자기야 괜찮아?"
잠시 아무 말 없이 침묵이 흘렀고 이내 전화가 끊겼다. 그 순간, 알았다. 빛톨이 연우의 전화번호를 못 알아보고 누구냐고 물은 이유는 연우의 전화번호마저 지운 거였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었다.
연우는 손에 쥔 휴대폰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직접적인 통화나 메시지는 오히려 그녀를 더 닫히게 만들 수 있었다.
연우는 곧바로 메일 창을 열었다. 그녀가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연락이 끊기지 않게 할 유일한 방법은 메일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제목: 자기야 괜찮아
자기야.
자기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 난 괜찮아.
나는 자기를 떠날 생각이 없어.
자기가 숨 쉴 수 있는 만큼만 곁에 있을게.
나는 그거면 돼.
내가 원하는 거는 단지 자기가 내 곁에 있어주는 거야.
자기가 없으면 나도 살아가야 할 의미가 없어.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메일을 썼다. 하루에 한 통, 같은 시간, 같은 형식.
며칠 후 한국에 있는 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혹시 언니하고 연락이 되세요? 언니에게 무슨 일 있을까 봐 너무 걱정이 돼요. 카톡에서 사라졌고, 아무리 연락하려 해도 연락이 되지 않아요."
"가인씨. 일단 며칠 전에 빛톨 메일은 받았어요. 지금 걱정이 되는 상황은 맞아요. 하지만 제가 계속 연락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에 있어요."
"언니가 잘못되지 않게 연우씨가 꼭 잘 보살펴주세요. 지금 다들 언니하고 연락이 안 돼요."
"네.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계속 연락을 시도해보고 있으니까 기다려주세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우리 언니 잘못되면 정말 안 돼요."
연우는 일기처럼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메일을 준비했다. 빛톨의 메일이 명백히 자살을 의미하는 메일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3일 이상 답장이 오지 않을 경우에는 바로 생사확인과 의료보호를 신청할 생각이었다.
제목: 오늘은 비가 내렸어
아침부터 비가 꽤 많이 내렸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기와 함께 걷던 모습이 떠올라.
자기가 내 옆에 없는 건 여전히 낯설지만,
나는 네가 여전히 자기가 그곳에서 숨 쉬는 것이 느껴져.
오늘도 자기 생각만 나더라.
보고 싶어.
제목: 나는 여전히 자기와 함께 있어
오늘은 책 원고를 조금 다듬었어.
단어 하나를 고르는데도 자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자기하고 약속한 거 나는 지킬 거야. 자기의 이야기를 꼭 소설로 쓸 거야.
우리의 소설은 분명히 해피엔딩일 거야.
힘들지... 지금은 아무런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어떤 말도 부담스럽다는 거 잘 알고 있어.
단지 자기가 살아 있는 것만 확인하고 싶어.
그냥 짧게라도 응답만 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살 수 없을 것 같아.
이틀째 되는 날, 다시 빛톨에게 회신이 왔다. 단 세 글자.
'미안해.'
그날 밤, 연우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제목: 나는 자기와 함께 있는 세상을 원해
자기야.
자기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할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렇지 않다는 거야.
사랑받아야 한다는 건 이유가 필요 없는 일이야.
나는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괜찮아. 버틸 수 있어
연우는 빛톨이 읽든 읽지 않든,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메일을 보내는 행위 자체가 그녀를 끈으로 묶어두는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 끈이 얼마나 가느다란지, 얼마나 쉽게 끊어질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손길로 그 끈을 묶었다. 연우의 마지막 문장은 언제나 같았다.
‘나는 자기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자기가 읽지 않아도, 내 글이 자기 곁에 머물다 언젠가 네 마음에 닿을 때까지 계속될 거야.’
빛톨에게도 메일이 도착했다.
연우씨.
어젯밤에도 잠을 거의 못 잤어. 요즘 아예 잠을 못 자. 잠만 올 때가 오히려 좋았어.
제발 잠을 자고 싶어. 잠을 자면 아무 생각도 안 나니까.
그게 요즘 내가 바라는 전부야.
아침이 무서워.
해가 뜨는 게,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 게
누군가 내게 뭔가를 요구하는 게.
내가 조증일 때 너무 많은 사고를 쳤거든.
그때 나였던 나를, 지금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병원은 지금 안 가.
가봤자 뻔한 말만 반복돼. 다 아는 말들.
그냥 수면제나 주면 좋겠어.
요즘은 집에 있던 감기약을 계속 먹어.
그거라도 먹으면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아.
멍해지고, 생각이 잠깐 멈추니까.
연우씨 미안해.
안그래도 힘들어하던 자기를 내가 욕심낸 것 같아.
그건 내가 멍청했어. 내가 나빴어. 나만 생각해서 자기가 나를 사랑해 달라고 기도했어. 난 죽어야 해.
나는 항상 그래.
좋은 사람 곁에 있으면 그 사람까지 무너지게 해.
연우씨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내 곁에 있으면 연우씨에게 내가 다치게 할 거 같아.
나는 그게 두려워.
연우씨는 착하니까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연우씨 옆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야.
미안해.
연우는 빛톨의 메일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메일에는 그녀가 입에 달고 살던 '자기야'도, '사랑해'라는 말도 없었다. 빛톨은 그 후로 매일 연우의 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말들 어디에도 그녀가 마음을 열었다는 흔적은 없었다.
그녀의 모든 끝맺음은 언제나 무언가를 암시했다.
'나는 여기 없을 거야', '연우씨는 나를 떠나야 해', '내가 없어지는 게 맞아', ' 이제 그만 살고 싶어.'
빛톨은 여전히,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처럼, 계속 연우를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연우는 찢어질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며 매일 메일을 쓰고 그 답변을 기다렸다. 하루에 한 번 도착하는 그녀의 메일 그조차도 감사히 여겼다. 아직 연락이 닿는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연우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연우는 그녀에게 직접적인 감정을 말하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모든 말은 살아 있어 달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돌려 말하고 또 돌려서 말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사이에 연우는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한 지식을 늘려갔다. 거의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습득한 것들이었다. 정신의학 논문보다는, 환자 가족들이 남긴 블로그나 간병인의 고백,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남긴 글을 주로 읽었다. 그 안에는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들은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버림받을까 봐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다.’
‘사랑이 너무 커서 그 사랑이 자신을 찢어놓는다.’
‘그들은 사랑에 목마른 게 아니라, 버림에 질식당하는 사람들이다.’
연우는 스크롤을 멈출 수 없었다. 밤마다 노트북 화면에 비친 글들에는 그가 몰랐던 빛톨이 처한 세계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우는 하나씩 그 병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극단적 정서 반응’과 ‘불안정한 자아감’, ‘파괴적 자기학대’라는 세 축 위에 놓인, 삶 전체를 삼켜버리는 깊고 오래된 상처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지만, 사랑을 견디지 못한다. 누군가가 너무 다가오면 그 열기에 녹아버릴까 봐 겁이 나고, 멀어지면 버림받았다는 공포에 휘말린다. 그들은 동시에 밀어내고, 동시에 끌어당긴다.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의 생존 방식이라는 걸 연우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무거운 사실 하나.
이 병을 가진 사람에게 ‘사랑해’라는 말조차 ‘왜?’라는 질문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사랑이라는 말이 위로가 아닌 시험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 그 말 한마디가 자칫 증상의 파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연우는 이제 말의 무게를 더 신중히 다루게 되었다. 그는 사랑을 말하는 대신, 살아 있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넘겨도, 그가 할 일은 다그치거나 설득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보내지 않은 말을 그 안에서 찾아내고 이해하고 기다리는 일이었다.
그녀의 침묵은 위기일 수도 있고, 휴식일 수도 있었다. 연우는 어느 쪽도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그녀가 무너질 때마다 함께 무너지는 대신, 그 무너짐이 부끄럽지 않도록 곁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연우는 빛톨에게 조심스럽게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자기야.
감기약으로 잠깐이라도 괜찮아진다니 정말 다행이야.
그게 어떤 이유든, 지금은 자기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몸이 조금이라도 편해졌다면, 그게 제일 중요한 거니까.
자기야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숨 쉬고, 하루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기는 아주 잘 버텨내고 있는 거야.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사라지고 싶은 마음을 품어.
그건 자기가 약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너무 오래 혼자 견뎌왔기 때문이야.
자기가 그 마음을 나에게 말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자기가 나한테 그런 감정을 말해줄 수 있다는 건
아직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니까.
혹시라도 내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그냥 가볍게 흘려보내도 좋아.
내가 하는 말이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아.
자기 마음은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도 돼.
그걸 붙잡거나 고치려는 마음은 없어.
내가 그저 자기 옆에 있고 싶다는 마음만 있어.
오늘도 자기가 보내준 메일을 여러 번 다시 읽었어.
그 안에서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는지도 느껴졌어.
답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 메일을 보는 것, 그리고 답변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큰 일이라는 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자기를 향한 걱정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그 점은... 정말 미안해.
요즘 내 하루는 자기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해야 하는 것
그것만으로 내 모든 신경이 채워지고 있어.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없어.
그저 자기의 숨결이 아직 어딘가에 있다는 게 중요해.
나는 자기를 잊을 수 없어. 자기에게 내가 잊히고 싶지 않아.
오늘도 이렇게 몇 줄 적어.
빛톨의 회신은 하루에 한 번씩 도착했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자기혐오와 상실감으로 가득 찬 고백이었다.
‘나는 결국 다 망가뜨리는 사람이야. 가까워질수록 무서워져.
나도 내가 싫어. 그래서 연우씨도 나를 싫어하게 될 거야.’
‘나는 언젠가 떠날 사람이야. 원래 40살까지만 살고 싶었어. 이 정도면 오래 산 거야.
아니, 연우씨 곁에서 떠나야만 하는 사람일지도 몰라.
누군가에게 오래 머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여기에 있는 게 연우씨에게 해가 되는 것 같아.
내 감정이 너무 기복이 심해서, 결국 연우씨를 삼켜버릴지도 몰라.’
‘나는 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야.
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나는 살아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야.’
그녀의 말들은 언제나 이중적이었다.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처럼 보이면서도, 그 문장들 사이에는 ‘그래도 곁에 있어줘’라는 보이지 않는 구조 요청이 희미하게 묻어 있었다.
연우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빛톨의 부정과 단절의 언어는, 어쩌면 ‘버림받기 전에 내가 먼저 사라질게’라는 극단적인 자기 방어의 표현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먼저 거리를 두었고, 모든 감정을 밀어내고 끊어내듯 메일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연우는 그 끊어진 감정의 조각들 속에서도 그녀가 내민, 지극히 조심스러운 손짓을 읽어냈다.
연우는 매일, 그 메일을 다 읽고 또 읽었다. 그녀가 말하지 않은 부분에도 귀를 기울이며 그녀의 심정을 알아내려 애썼다.
연우도 이제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사랑해’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배워가고 있었다. 그 말이 너무 부담이 돼서, 오히려 그녀의 자존감과 생존 본능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연우는 사랑한다는 그 말을 속으로만 삼켰다.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존재를 확인하고, 안부를 묻고,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그녀에게 ‘오늘도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마음만 에둘러 말했다. 연우의 모든 글에는 '나는 항상 여전히 여기에 있어'라는 신호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랑보다 단단한 흔들리지 않는 감정이, 메일이라는 작은 배에 실려 매일 태평양을 건너 그녀의 마음에 닿고 있었다. 그 배는 때론 기다림으로, 때론 존재의 지속처럼 빛톨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연우는 자신의 기도를 믿었다. 그 글들이 언젠가 그녀의 어둠 속에서 가장 먼저 울릴 작지만 끊기지 않는 생의 소리가 되어 줄 것이라고...
#9
#9 장편소설 '당신, 아직 거기에 있나요'의 프리퀄
'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가 출간되었습니다.
이제 전국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9406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