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잡채를 메인 요리로 생각하는 남편의 재밌고 특이한 사고방식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외에도 재밌는 일화가 몇 개 더 있어 소개해 본다.
결혼 초창기 남편이 된장찌개를 했는데, 그 모양새가 참으로 이상했다. 색이야 된장색이 다 비슷하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보는 된장찌개의 모습이 아니었다.
가지가 들어있었다.
나: 엥? 가지 넣었어? 된장찌개에?
남편: (해맑게) 응
나: 된장찌개에 누가 가지를 넣어.ㅋㅋㅋㅋ
남편: 왜에? 너 가지 좋아하잖아.
맞다. 나 가지 좋아하지. 나는 실제로 가지로 한 거의 모든 요리를 좋아한다.
남편은 감자, 애호박, 두부는 되고, 가지는 왜 안되냐며 좋아하는 것 넣고 만들면 맛있고 좋지 않냐고 묻는데 논리적으로 딱히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러게? 왜 가지는 안되지?
그 뒤로 우리 집 된장찌개에는 종종 가지가 들어간다.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부대찌개 등도 마찬가지임. 가지뿐 아니라 재료를 넣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음.
남편이 차린 식탁엔 종종 밥이 국그릇에, 국이 밥그릇에 담겨 나온다.ㅎㅎ
처음엔 그가 "틀렸다"라고 알려주려고 했다.
그런데 남편 왈, 밥이 넓은 볼에 들어 있어야, 이것저것 반찬이나 찌개 같은 걸 떠다가 먹기 좋지 않냐는 거다. 그에 반해, 국은 그냥 후루룩 먹고, 모자라면 더 떠다 먹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나도 국그릇에 밥을 담아 먹는 게 편해졌다.
아니, 우리는 이걸 밥그릇, 국그릇이라고 부르는 대신 small bowl, big bowl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변해가고 맞춰가며 살아간다.
서로의 방식이라고 고집하지 않고, 내 문화가 맞다고 우기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이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크게 문제가 없는 한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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