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출국 전날

by 러키승

오늘은 중국으로 출국하기 바로 전날이다.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시작의 날이 며칠 전부터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다. 하지만 중국은 나에게 익숙한 나라라는 자만이 있었던 것 같다. 출국을 하려면 항공권과 숙소 준비 외에도 교통편이나 결제수단 같이 필수준비물도 있는데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3일 전부터 부랴부랴 준비한 나의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월요일에는 여권을 찾느라 집안을 뒤엎었고, 화요일에는 중국에서 필수 어플들(알리페이, 따종, 메이투안)이 작동이 안돼서 고객센터에 문의하고 답변받고 혼을 쏙 뺐다. 익숙하게 쓰던 어플들이라 당연히 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1년 넘게 사용을 안 하다 갑자기 로그인을 하려니 안 됐던 것이다. 어떻게 해결은 했다.

오늘은 정말 마지막날이라서 그럴까.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닥치니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누가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 했던가? 닥쳐야 보인다.


먼저 소중함이 보였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는 것이 익숙하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한다. 그동안 중국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빨리 떠나고 싶었고 오롯이 혼자서 지내고 싶었다. 상하이 길에서, 숙소에서, 학교에서 이리저리 활보하고 있을 나를 그리며 흐뭇해했다. 근데 오늘은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집에서 따뜻하게 담요를 덮고 편하게 차를 마시며 책을 보는 내 모습, 내 방 침대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내 모습, 그리고 가족들과 식사할 때 즐거운 내 모습이 더 많이 떠올랐다. 나의 집, 나의 가족, 나의 나라가 보인다. 내 마음속에 단단한 기반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소중하고, 소중한 것들이 잠시 멀어지기 때문에 마음한편이 찡해졌다.


그리고 시간의 밀도가 느껴졌다. D-1이라는 숫자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오늘 하루 종일 짐 싸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좋아하는 수업도 듣고 책도 읽고 글까지 쓰고 있다. 이 와중에도 이 많은일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이것이 시간을 밀도 있게 쓰는 비법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시간과 공간이 꽉 차있는 느낌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기한 내에 반드시 끝내야만 한다는 긴장감이 에너지를 솟아나게 한다. 에너지 관리는 정말 중요하구나 싶다.


나는 내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출발하는 것이고 시작하는 것이다. 소중한 것을 위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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