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끝의 야무짐이나 손재주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지만 내 방문에 관련해서 만큼은 미세한 어떤 느낌을 ‘감각’ 할 수 있다. 나는 방문을 닫을 때 네가 그 앙증맞고 촉촉한 코를 밀어 방문을 너끈히 열 수 있을 만큼만 문을 닫을 수 있다.
방문을 닫을 때 문고리를 아래로 내리지 않고 수평을 유지한 채로 쭉 밀다가, 걸림쇠가 완전히 홈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만 문을 닫으면 방문은 작은 힘으로도 열릴 수 있는, 닫혀 있지만 닫혀 있지 않은 야릇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너는 네가 원하는 순간에는 언제든지 아직 미처 자라지 못한 아기 밤 같은 코로 방문을 밀고 들어올 수 있다.
내가 이런 근사하고 세심한 문 닫기 스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칙칙한 구름 사이로 햇살 한 점이 나와 주길 바라듯 내가 늘 너에게 열린문이기를 바라는 나의 노력과 바람 때문이다. 네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넘칠듯한 상냥함과 다정함으로 나를 환대하듯 나도 늘 너에게 따뜻한 애착이 흐르는 공간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때로는 피곤하고, 가끔은 귀찮고, 왕왕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오늘도 ‘근사하고 세심한 방문 닫기 스킬’을 사용하여 방문을 닫는다. 그러면 너는 갈색과 검은색이 절묘하게 섞인 푸딩 같은 물컹한 코로 야무지게 내 방문을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까만 눈동자를 들어 산책 가자고 먼저 말한 뒤, 하네스를 물고 오겠지. 그런 너를 보고 나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