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옮긴 직장에서 내 역량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과중한 업무에 눌려 아스팔트 바닥에 눌어붙은 껌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새로운 업무, 낯선 동료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조직 문화가 하나로 뭉쳐 질긴 밧줄 같은 외로움으로 나를 동여맸다.
나에게는 명백하게 온기와 치유가 필요했으므로 너를 곳곳에 설치했다. 너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너의 분신들을 네가 없는 나의 일상에 배치했다. 차의 대시보드, 넓은 책상 한켠, 스마트폰의 뒷면, 컴퓨터 속 배경화면. 눈길이 조금이라도 오래 머무는 곳에는 너의 영역을 만들었다. 그 무해한 불가침 영역 속의 너의 온기는 따듯했고, 좋은 향기가 나는 듯했다. 나는 오늘도 일상 속 작은 숲과 같은 너의 영역에서 신선한 산소를 한 모금 마신 듯 위안을 얻고 기어코 무너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