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랑이 - 사랑은 자리를 옮겨 앉는다.

제11화(마지막화) : 사랑은 자리를 옮겨 앉는다.

by 태산박

제11화(마지막화) : 사랑은 자리를 옮겨 앉는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슬퍼할 일도 많은데,

사람도 아닌 그깟 동물 하나 떠났다고 그리 슬퍼할 일인가.”


그래,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울고, 그리워하고, 가슴이 애틋한 이유는

단순히 ‘동물’ 하나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건 ‘상실의 아픔’ 때문이다.


사랑했던 존재가 사라지면

그가 머물던 자리가 텅 비고,

그 자리를 바라볼 때마다

그 안에서 ‘함께 살던’ 나의 일부가 빠져나간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의 일부를 잃은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래 내 안에 들어 있었던 분신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다른 모습으로 살면서,

때가 되자 자석에 끌리듯 다시 내 인생의 희로애락의

대상으로 왔다가, 결국 아프게 사라지는 바로

나(들)을 ‘상실’한 과정이라고‘


그 말이 어쩐지 내 이야기와 닮았다.

또랑이는 내 분신이었다.

그는 내 안의 사랑이었고, 연민이었고, 늘 연약하고 미숙한 따뜻함이었다.

그가 세상으로 나와 운명적으로 내 품에 안겼고,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곁에 살았다.


그의 숨결 속에서 나는

기다림을 배웠고, 침묵을 견뎠으며, 힘들었을 때 위로가 되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함께 있음’이라는 걸 알았다.

비록 그는 강아지였지만 ‘사람’ 같았고 나는 가끔씩 내 모습을 그에게서 보았다.

아니, 나보다 훨씬 나은 것도 있었다.

순종, 인내, 배려, 성격…




그가 떠난 날, 나는 알았다.

그의 죽음이 한 생명의 끝이 아니라,

내 안의 한 생명의 일부가 사라지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많이 힘들고 아팠던 것이다.


죽은 자는 조용했지만,

살아 있는 나는 그 침묵을 견디며 매일을 걸었다.

밥그릇, 담요, 잠자리, 현관 앞…

그 모든 자리마다 그가 남긴 체온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건 여러 형태로 모양을 바꾸어 흘러간다는 것을.


사랑은 그렇게 자리를 옮겨 앉는다.

한 생명에서 또 다른 생명으로,

한 마음에서 또 다른 마음으로.


분홍 토끼장난감을 좋아했던 생전의 또랑이


이제 나는 안다.

사랑의 근원은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주의 주관자신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성경 요한일서를 보면 ‘하나님은 사랑‘(요한일서 4:7-8)이라고 말씀한다.


사실 우리는 사랑받을 대상이지

사랑할 능력도 없는 자들인데, 그분이 우리 안에 심어주신 사랑의 DNA 때문에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했고, 그것이 또랑이를 품게 했으며,

그것이 지금도 내 안에서 계속 숨 쉬고 있다.


긍휼(矜恤)도 그렇다.

긍휼이란 ‘불쌍히 여겨 돌보아 준다‘는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한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거기서 놀랍게 이런 뜻이 있다.

긍휼이라는 문자에 창(矛)이 들어가 있고

'피(血)'가 들어가 있다. 십자가상의 예수님 이야기다.

즉, 하나님의 긍휼의 DNA가 우리에게 있어

우리도 불쌍히 여기는 그 마음이 있다.



이별은 끝이 아니다.

그건 이동이다.

사랑은 죽음에 닿지 않는다.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다.

그 근원이 바로 영원하신 하나님으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멸되지 않고 자리를 옮겨 앉아

다른 생명을 품고, 또 다른 삶을 이어간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또랑이는 떠난 게 아니다.

그는 다만 자리를 옮겨 앉았을 뿐이다.

내 마음의 한켠,

그리고 내가 사랑할 모든 이들 속으로.






감사의 글

연재를 마치며 : 사랑하는 또랑이와, 그리고 그를 사랑해준 모든 이들에게…


이 긴 여정을 끝까지 함께 걸어준

모든 독자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한 편 한 편을 읽어주신 그 시간 동안,

또랑이는 다시 숨 쉬고, 걷고, 노래했습니다.

그의 작은 숨결이 문장 속에서 살아났고,

그의 눈빛이 페이지마다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한 마리 반려견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잃고,

그 빈자리를 견디며 살아가는 상실의 시간들.

그리고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다시 사랑할 힘을 배우는 과정 말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저는 수없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점점 따뜻해졌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건 단지 자리를 옮겨 앉아 또 다른 생명과 마음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이 글을 읽어준 여러분들 덕분에,

또랑이는 여전히 세상 어딘가에서 또다른 모습으로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온기는

이제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조용히 옮겨 앉았을 거라 믿습니다.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 사랑이 여러분들의 오늘에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태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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