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Prunus serrulata]; 바림
3월의 막바지, 길어봐야 한 주 남짓한 시간만이 우리는 연홍빛 공기의 생김새를 그릴 수 있다. 부드러운 바람에도 풍성하게 휘날리는 벚꽃 밑에서 느끼는 바람은 새로운 촉감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꽃잎들은 떨어지다가도 다시 날아오르고 튀어오르며 펑 터트려지고 휩쓸린다.
이렇게 연한 분홍빛 혹은 하얀 꽃을 피우는 벚나무의 심장은 누구보다 붉다. 나무에게 심장이 어디있겠냐만은, 벚나무는 뼛 속까지 아니 나무 속까지 붉은 빛을 띄고 6월 즈음부터 제 색을 찾아가는 열매는 옷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새빨간 과육을 낸다. 여기서 잠깐 벚꽃이 영어로 ‘체리’블라썸이라는 것을 기억해볼까.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체리라는 과일이 바로 벚꽃이 지고 맺히는 열매다. 이 사실이 낯설게 느껴질만도 한 것은 우리나라 및 동양에서는 이 열매를 ‘버찌’라고 부르고 약재로 사용할 뿐 일반적으로 즐기지 않았던 것을 유럽에서 과실수로 개량한 것이 ‘체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맺히는 버찌는 체리에 비해 작고 붉은색 혹은 검은색을 띈다
벚꽃은 봄의 상징이지만, 그 피고 지는 속도 때문에 덧없음과 순환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덧없음이라는 피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읽기보다, 그 본질에 가까운 의미를 담아보려고 한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벚나무의 꽃. 그 쉽게 놓아주는 꽃잎들과 아쉬울 줄 알았던 그 약함이 오히려 이 하늘에 가득 퍼져버리는 것이 마치 오래 고민하고 있었던 사랑의 방향성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쪽이 아니라 범위, 우리가 숨쉬는 모든 공간을 순식간에 채운 사랑 안에서 우리는 낯설게 바림라는 단어를 배워본다. 그 붉은 속에서 부터 차츰 옅게 나오는 퍼짐. 그라데이션의 한글 표현인 '바림'이다.
시간이 지나 남는건 모든 일의 결국 그리고 나 뿐이다. 그렇게도 새빨갛던 독점적 사랑의 색은 옅어지고 봄날의 연홍빛 벚꽃이 날리듯, 사랑은 온 세상에 은은하게 풍기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날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개화시기까지 예측해가며 3월의 벚꽃을 기다리는게 아닐까. 이른 봄부터 간직하던 것들을 순순히 내어주어도 여전히 세상이 벚꽃으로 가득찼으니
식물계(Plantae)ㆍ피자식물문(Angiospermae)ㆍ쌍떡잎식물강(Magnoliopsida)
장미목(Rosales)ㆍ장미과(Rosaceae)ㆍ벚나무속(Prunus)
벚나무속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400여 종이 있으며, 그중 벚꽃으로 불리는 종은 대부분 일본 원산의 왕벚나무(Prunus × yedoensis)를 비롯해 산벚나무, 겹벚나무, 능수벚나무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꽃은 대부분 연한 분홍빛 또는 흰색을 띠며, 한국에서는 3~4월경 개화하여 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관상수로 여겨진다.
높이는 약 10m까지 자라며, 개화기에 짧은 시간 동안 만개한 후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이 아름다워 도심 공원, 가로수, 학교나 관공서 등에 널리 식재된다.
국내 기후에 적응력이 높고, 낙엽성 교목으로 비교적 관리가 쉬우며 노지월동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