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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Feb 15. 2024

이상한 그림편지

요정이 된 기린마을 아이들

Crayon, watercolor, colorpencil on paper .2024

안녕 친구! 잘 지내고 있나요? 그곳은 날씨가 따듯해진다고 들었는데 빛바랜 들풀대신 연둣빛의 새싹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편지에 우표를 붙이고 배달부에게 편지를 건네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하답니다. 눈길을 밟고 있어도 푹신한 풀밭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죠. 부디 이번 편지도 당신이 재밌게 읽어주길 바라며 13번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울렁거리는 속을 간신히 달래 가며 걷다 보니 나는 어느 마을에 다르게 되었습니다. 마을의 건물 지붕들을 봄의 새싹을 닮은 연둣빛으로 칠해져 있었고 특이한 점은 하늘의 구름보다도 높은 길이의 기린이 서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나는 그 기린이 동상인 줄 알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 기린이 진짜 기린이라고 말해주었죠. 그동안 터무니없는 것들을 보았지만 구름보다 높은 기린을 보았다고 하면 아마 누구라도 내가 단단히 미친 사람이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기린은 겁이 많아  한 자리에서 10m 이상 움직이지 않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 기린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족히 500살은 넘은 기린이라 그곳에서 자란 사람들은 모두 그 기린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기린뿐만이 아니었는데, 그 마을에는 어린아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죠. 나는 [짐]이라는 한 남자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그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마을에 하나뿐인 학교에서  큰 불이 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아이들 모두 불길에서 나오지 못했던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지만 이미 붉어진 눈시울은 감추기 힘들어 보이더군요. 아이들이 모두 죽은 후 마을 어른들은 큰 슬픔에 빠져있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 자신의 아이를 닮은 요정을 보았다는 말을 했고 아이를 그리워했던 어른들은  일제히 그날 밤 교회종이 울리고 난 후 아이들을 닮은 요정들이 하늘 위에서 별가루를 뿌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 별가루는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어른들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아이들의 마음이라고 여겨 새벽마다 아이들이 좋아했다는 땅콩초콜릿을 지붕에 올려두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그날 기린마을의 어른들과 함께 지붕 위로 올라가 땅콩 초콜릿을 올려두고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수많은 별들이 마치 요정들이 뿌려놓고 간 별가루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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