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마율 Jul 26. 2024

8. 집을 찾아서(1)

 숲은 울창한 나무들로 하늘이 가려져서 조금 어둡기는 했지만, 청량하고 깨끗한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갔어요. 한은 걸으면 걸을수록 숲이 마음에 들었어요. 한눈에 보아도 마을에 있는 사람보다 숲 속에 더 훨씬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들 중 누구도 한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는 존재도 없었지요. 이제는 숨 막히는 침묵이 아닌 평화로운 고요 속에서 머물 수 있어요. 무심함에서 벗어난 한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어요. 가슴에 차가운 바람이 가득 찼어요. 그리고 그동안 마음에 뭉쳐놓은 답답함도 숨과 함께 내쉬었어요.


"시원하다."


 하지만 정착할 곳을 정하기 위해 계속 걷는 일은 지칠 수밖에 없었어요. 이제는 좀 어딘가에 기대앉아 쉬고 싶어질 때 한의 눈앞에 아주 큰 나무가 나타났어요.

 20명 이상의 사람들이 팔을 벌려 손을 잡는다 해도 나무를 감싸 안을 수 없을 만큼 큰 나무였어요. 큰 나무는 사람들이 벌목을 하려다 그만둔 것인지 두꺼운 몸통 일부분이 깊게 파여 있었고 기둥 만한 가지들이 훼손되어 있었어요. 파여 있는 부분으로 들여본 나이테는 나무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빽빽했어요.   


 한은 손가락으로 나무껍질을 만지며 나무기둥 주변을 한 바퀴 돌았어요. 한 바퀴만 도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아주 오래된 나무인가 봐.’


어쩐지 한은 나무에게 동질감을 느꼈어요. 커다랗고 거친 나무 기둥을 끌어안았어요.


“많이 아팠겠구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오랜만이구나.”


'무슨 소리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인간은 보이지 않았어요. 나무와 풀잎과 벌레들뿐이었지요.

그러나 곧 한은 고개를 위로 올려다보았어요.

자신이 나무를 향해 뻗고 있던 팔을 시작으로 소리와 함께 온몸에 진동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설마, 나무가 말을 한다고?

이전 07화 7. 집을 떠나서(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