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키가 마을 주민만큼 커질 나이가 되자 숲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어요. 한은 (누구에게든지) 버려지기 전에 자신이 먼저 사람들을 떠나기로 결정했거든요.
어둔 초록 숲이니까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할 거예요. 한은 어둔 숲에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이 마을에서 죽게 되는 날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마을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 한의 시체는 버려지고 말겠죠. 오히려 한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도 한에게 가시 돋은 말을 할 사람이 없을 테니 한의 마음에는 숲 속이 안전할지도 몰라요. 한이 눈물을 흘려도, 크게 소리 내어 웃어도, 화를 낸다 해도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할 거예요. 한은 자유롭기 위해 떠나는 거예요.
한은 만일을 대비해 대장간에서 잘못 만들어져 버려진 도끼와 칼 같은 공구들을 챙겼어요. 집에서 가져온 물건이라고는 물을 담을 작은 통이었어요. 한은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건넸어요.
“저는 어둔 초록 숲으로 떠나요. 엄마”
하지만 매일 그렇듯 한의 어머니는 넘쳐나는 집안일을 신경 쓰느라, 언제나 그렇듯 한에게 메마른 등짝만 보이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어요.
“혹시… 혹시나 만약에 제가 보고 싶으시다면, 지금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제가 그리워질 때면 한 번 어둔 초록 숲을 들러주세요. 마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게요.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으신 거 알아요. 혹시나 해서요.”
대답은 없었어요.
“…어둔 초록 숲이에요.”
“…”
“걱정 마세요. 저는 잘 지내고 있고 잘 지낼게요.”
한은 아버지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이미 잔뜩 술에 취해 잠이 든 바람에 인사조차 하지 못했어요.
“안녕히 계세요. 엄마,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