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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Jul 21. 2024

5. 어떤 아이

어떤 아이는 한을 건드리기 시작했어요.

한을 때리거나 물기도 했어요.

한은 어떤 아이가 자신을 때리지 못하도록 팔을 휘둘렀어요. 그러자 한을 괴롭힌 어떤 아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어요.

주변에 있던 어떤 아이의 부모님은 팔을 휘두르고 있는 한과 울고 있는 어떤 아이의 모습을 보고 한이 어떤 아이를 때렸다고 오해했어요.


“너 지금 우리 애한테 뭐 한 거야? 지금 때린 거야?”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한은 알고 있었어요.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아이가 일부러 울고 있다는 것을.

아이의 부모는 한을 다그쳤어요. 다른 아이들도 동참해서 한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어요. 한의 부모님은 그제야 한이 보였어요.

 한의 부모는 한이 다른 아이를 괴롭힐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한은 아주 조용하고 온화한 아이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괴롭힘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추궁을 당하고 있는 한이 왠지 모르게 창피했어요. 오히려 미워 보이기까지 했지요.

 한의 부모는 이미 이 마을에서 언제나 겉도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가난하고 볼품없이 살아가는 자신들의 처지에 노여워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창피함이란 감정까지 느끼게 되다니. 그래서 화를 냈어요. 작고 약한, 그래서 누구에게나 무시당하는 한에게 요.

 한은 자신이 왜 혼이 나야 하는지 알지 못했어요. 왜 매를 맞아야 하는 지도 알지 못했지요. 자신이 어떤 행동과 말을 한 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어른들이나, 부모님이 화가 나면 혼이 날 수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침묵했어요. 모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요.


 그 이후에도 어떤 아이는 한을 깨물고, 때리고, 발로 찼어요. 한은 더 이상 팔을 휘두르지 않았어요. 울지도 않았어요.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어요.

 어떤 아이는 늘 그랬듯이 한을 때리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한은 어떤 아이를 잠시 쳐다본 후 그 자리를 떠났어요. 그러자 거리에는 혼자 울고 있는 어떤 아이만 남아있었을 뿐이었죠. 어떤 아이는 점점 울보라고 불리게 되었어요. 울보가 되기 싫었던 어떤 아이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한은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그들이 말하는 ‘이런 애’란 무엇일까.

한은 생각했어요.


'이런 나는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인 걸까? 내가 못난 사람이기 때문에?'


한은 늘 혼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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