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마율 Jul 19. 2024

3. 평화로운 마을과 한 (2)

  어른들은 뜻을 잘 알 수 없는 단어를 섞어서 한에게 말을 했어요. 한은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말투와 표정, 목소리 크기를 통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를 빠르게 생각해 냈어요. 먼저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어른들의 표정과 말투로 자신을 그리 좋게 보고 있지 않다는 걸 파악해 냈어요. 

 그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궁금했을 뿐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주변을 맴돌았죠.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한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어른들은 그의 가슴을 밀어내기 시작했어요.


"저리 가."

"일하는 데 방해 돼."

“쟤는 왜 자꾸 튀는 행동을 하는 거야?”

“문제 있는 애 아냐?”

“말도 못 하더구먼.”

“좀 정신이 이상한가 봐.”

“이상한 애야.”


한 번은 큰 용기를 내어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도 있어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어른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눈동자만 밑으로 내리며 아이를 쳐다보았어요. 그리고 차갑게 말했지요.


“저리 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야. 어린애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다고.”


 나중에는 아무도 한을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말을 걸어도 모두가 등을 돌리고 있었어요. 다가가려 하면 가슴을 밀쳐냈고, 그래서 한은 가슴이 아팠어요.



 같은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한은 '놀이'가 무엇인지 모를뿐더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거든요. 

 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이 마을에는 소문이 돌았어요. 어린아이들은 한을 보고 속닥대기 시작했어요.


“쟤는 말을 못 한대.”

“왜?”

“벙어리라서.”

“… … 벙어리가 뭔데?”

“…그, 그거… 그거 말이야.. 아, 뭐 그런 게 있어. 너는 그런 것도 모르냐.”


 대화는 한의 귀까지 들렸어요. 한은 정말로 저 애들은 자신들의 귓속말이 작게 속삭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어요. 그냥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한쪽 귀에 손을 대고 말하는 시늉을 더한 것 같았거든요. 정말 속닥이려면 목소리를 더 줄여야 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어쨌든 한은 그런 아이들의 말에 전혀 상처받지 않았어요. 한은 알고 있기 때문이죠. 벙어리가 무엇인지를. 벙어리가 뒤에서 속닥거리며 흉을 볼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한은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이 소문을 알지 못하는 마을 사람은 두 사람밖에 없었어요. 한의 부모님이요.

이전 02화 2. 평화로운 마을과 한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