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아무도 한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한은 매일 집 밖으로 나와 마을을 돌아다녔답니다.
한은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가 나는 식당의 창문 사이로 요리사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를 좋아했어요. 요리사가 다양한 냄새와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거든요.
식당 뒷문을 지나 식당 주인이 기르고 있는 복슬복슬한 개를 쓰다듬는 것이 한이 정한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어요. 한과 개는 서로 말이 없었지만 돈독한 친구 사이였어요. 개는 한을 보자 활짝 미소를 지었고 한은 개의 머리를 쓰다듬다 등과 겨드랑이, 배를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했어요.
그다음에는 도서관에 들렀어요. 그리고는 눈에 보이는 가장 두꺼운 책을 골라 한참을 골똘히 들여다보았어요. 어려운 단어가 가득할수록 도전정신은 커지니까요. 도전정신만큼 이해력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한에게는 모르는 단어를 물어볼 어른들이 없어요. 그래서 혼자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글을 이해하려 노력했어요.
한이 마을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대장장이가 금속을 두드리는 일을 보는 것이에요. 쨍쨍거리는 소리는 시끄러워 귀를 막을 수밖에 없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에게는 대장장이의 강한 힘이 소리로 울려 퍼지는 일이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특정한 모양이나 형태도 없는 ‘힘’을 만약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대장장이 아저씨가 철을 내리치는 소리가 아닐까, 한은 생각했어요.
그 외로 한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어요. 키가 작고 힘이 약한 어린아이였기 때문이에요. 들어갈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았어요. 돈이 없었거든요. 그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없었고 책을 살 수 없었어요. 그래서일까요, 마을 어른들은 한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어요. 특히 한이 창문에 걸쳐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을 요리사는 불만스러워했어요. 한이 음식을 달라고 구걸하는 것으로 오해한 듯해요.
“쳐다보지 마!”
아무 말도 없이 마을을 이리저리 구경하는 아이에게 어른들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신경질을 냈어요.
“염탐을 하지 말고 사러 오든가! 돈이 없으면 저리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