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자전거의 나라, 독일

마인츠 공유 자전거 이용기

by 북극성 문학일기

1. 나의 자전거 사랑


나는 자전거를 정말 좋아한다. 자전거 사랑은 중학생 때부터이다. 교복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던 중학생 시절, 그때부터 튼튼한 다리 덕을 크게 봤다. 심지어 하교할 때는 꼭 뒷 좌석에 친구를 태우고 다녔다. 자전거는 중학생 시절 달리기보다 빠른 속도감을 내게 선사했고, 자전거가 있으면 난 우리 동네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피부에 닿는 바람을 즐겼다. 그렇게 지금까지도 자전거 사랑은 이어져 왔다.


독일에 온 나는 기필코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리라고 다짐했다. 왜냐하면, 독일은 자전거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한국에서 생각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활보한다. 심지어 사람이 걷는 곳보다 자전거 도로가 더 넓은 곳도 있다. 그러나 모든 첫 시도는 겁이 난다. 손으로 하는 수신호도 있고 자전거 규칙이 엄격하다고 들었기에 망설여지긴 했다.



2. 마인츠 공유 자전거 <meinRad>



내가 한 달 여행 온 이 도시는 마인츠라는 곳이다. 이 도시는 거리마다 공유 자전거들이 놓여있다. 거리를 걷고 있을 때마다 주황색 자전거들이 잠자기 직전까지 아른거렸다. 여기서 내가 자전거를 살 수는 없어도 빌릴 수는 있으니 한번 시도해보고자 했다. 독일 자전거 규칙을 여러 사이트에서 찾아서 읽고, 독일 친구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마침내 어느 정도 지식을 쌓게 됐고, 도전해보고자 했다.


마인츠의 공유 자전거는 서울의 따릉이와 그 시스템이 같다. 시간당 돈을 내고, 시간이 초과되면 돈을 더 부과한다. 공유 자전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서 사용한다. <meinRad>라는 어플이다. 마음의 준비는 끝냈고 설레는 마음으로 바로 타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이용하는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meinRad 어플을 다운로드하면, 가장 먼저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이름, 국적, 사는 곳 등을 적는다. 또한 나의 얼굴을 찍어서 올리고, 돈이 빠져나갈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된다. 공유 자전거 본부에서 절차를 확인하고 승인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카드 등록하고 바로 될 줄 알았던 나는 승인까지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자전거를 고정하는 구멍

승인도 완료되면 이제 공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어플에 들어가면 현재 내 위치가 뜨고 자전거가 현재 어디에 몇 대가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자전거를 반납할 때 도 반납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있다. 가령, 반납이 0(영) 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서는 반납할 수 없다. 길 가다가 자리가 비어 보이는 곳을 발견해도 반납 구멍을 막아놓아서 반납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골고루 퍼져있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2021년 기준, 공유 자전거 이용은 1시간에 1.5 유로이다. 시간이 초과되면 30분 당 1.5유로가 더 붙는다. 매번 탈 때마다 이 가격을 낼 생각을 하니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찾아보니 한 달 이용권이 있었다. Basis, Flex, Comfort로 이용권이 나눠져 있으니 확인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이용권을 구매하면 된다. 나는 Flex 이용권을 구매해 한 달에 5유로를 주고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초과되면 돈을 더 내는 건 마찬가지지만, 1시간 이전까지는 돈이 더 빠져나가지 않는다.


자전거 타고 서점도 간다


이 공유 자전거를 이용해서 마인츠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여행 오고 나서 일주일 정도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동양인인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실제일 수도 있지만) 착각에 빠져서 밖에 돌아다니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자전거를 이용하니 그런 두려움을 극복했다. 같이 타는 건 아니지만 나처럼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자주 보고, 모든 이들의 얼굴 표정보다는 발 구르기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걸어서도 꽤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강가에 잠시 멈춰서서 제법 여유도 부려본다. 독일 생활을 적응하는 빠른 방법이 자전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자전거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방식은 낯선 외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저 좋아할 뿐이다.


자전거 타다가 만났다!


조금 더 덧붙여서 말하자면, 내 친구는 요리하기를 좋아한다. 독일 방문학생을 왔지만,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 되어 어느 곳에도 가지 못했던 힘든 시기에 좋아하는 요리를 하면서 버텼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곳을 가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에 집중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겐 서점도 그와 같은 지표였는데 그건 나중에 더 자세히 적어보고 싶다.



3. 자전거를 탈 때 표지판을 잘 봐야 합니다!


자전거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아서 꽤 글이 길어진다. 그래도 이왕 쓰기 시작했으니 이것저것 자전거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더 적어보고자 한다.


독일에서 자전거 타기에 이제 좀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던 때였다. 이번에는 가던 길 말고 새로운 길을 가보자는 마음으로 모르는 길에 접어들었다. 마침, 앞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고, 나는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독일인 할머니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나를 향해 지팡이를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영문을 몰라 다시 자전거를 끌고 할머니께 갔다.


나에게 소리치던 할머니께서는 내가 길을 돌아 다시 오는 중에 횡단보도를 건너가셨고, 상황을 지켜보던 반대편에 있던 할머니 두 분께서 내게 왔다. 부족한 독일어 실력에 많은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도로는 보행자만 다닐 수 있다는 말씀은 알아들었다. 할머니들께서 차도를 가리키셨는데, 그 차도에는 자전거 표시가 되어 있었다. 즉 보도가 아닌 차도 옆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따로 있다.


그전까지 내가 다니던 길은 자전거와 보행자가 모두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길은 처음 봤다. 정신 차리고 표지판을 다시 잘 봐야겠다고 각성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다음부터는 표지판을 다시 열심히 보고 있다. 이곳에 와서 발견한 자전거 표지판 사진을 아래 첨부한다.









4. 자전거 타면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독일에 다녀왔던 사람들,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말들을 종합해봤을 때, 독일인들은 무뚝뚝한 친절을 자주 베푼다고 한다.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만난 사람들은 무뚝뚝 보다는 쿨한 친절함에 가까웠다. 소소하지만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우선, 이들의 공통점은 '쿨함'이다. 어디서 왔니, 학생이니 등의 질문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도움만 주고 쿨하게 사라진다.


-#1.


비가 온 어느 날이었다. 이곳은 비가 내렸다가, 쨍쨍했다가 다시 흐릿했다가를 반복하는데 나는 잠시 쨍쨍해진 틈을 타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비가 내린 뒤라 자전거 안장은 젖어있었고, 대충 물기라도 닦아보고자 입고 있던 후드 집업으로 안장을 쓱 닦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근처에서 강아지의 큰 볼일을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왔다.


"Brauchst du das?" 너 이거 필요하니? 라며, 내게 제법 커다란 휴지를 건넸다. 바깥에서 볼일을 보는 강아지를 위해 가지고 다니는 여분의 휴지였다. 따스한 그의 손길에 감동 먹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시더니 바로 사라지셨다.


-#2.


이곳의 평균 키가 큰 탓인지, 아니면 내가 키가 작은 탓인지 언제나 자전거를 빌리러 갈 때마다 안장들은 나에게는 높다. 그날도 높은 안장으로 인해 안장을 낮게 내려야만 했다. 하필 이미 빌린 자전거의 안장이 잘 내려가지 않아서 낑낑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자전거를 탄 청년이 등장했다. 도와줘도 괜찮냐고 내게 묻고 몇 번 안장을 퉁퉁 쳐서 바로 낮게 내려줬다. 역시나 나는 감동받고 그 즉시 감사 인사를 건넸고, 그는 그 즉시 자전거를 타고 반대쪽으로 사라졌다.


-#3.


자전거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자전거를 타도 괜찮다는 표지판을 봤음에도 영 불안했다. 머뭇거리다가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있었다.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여성 분이 보였고, 멈춰 서서 여기서 자전거를 타도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내 발음을 잘 못 알아듣던 두 분은 거듭 다시 말을 하니 마침내 그 뜻을 이해했다. 그들은 여기서부터 저쪽까지 자전거 길이 이어진다고 그 방향을 설명해 주시고는 역시나 바로 그 건물로 들어가셨다.


쿨워터 향 나는 독일인들의 친절은 자전거를 탈 때만 마주치는 것이 아니다. 마트에 가서 쇼핑 카트를 사용할 때는 50센트가 필요하다. 50센트가 없어서 동전 지갑을 뒤지고 있는데, 자기가 쓰던 카트를 그냥 주고 가는 독일인들도 마주쳤다. 물론, 친절을 베푼 후엔 어김없이 바로 사라진다. 진정한 친절은 저런 쿨함으로 완성되는 걸까. 무표정으로 친절을 베푸는 여러 사람을 종종 만나서 그런지 괜히 마음이 따듯해진다.




여기까지가 자전거와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실컷 자전거 타다가 돌아가고 싶다. 자전거의 나라, 독일. 다음에도 만약 독일에서 오래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자전거를 하나 구매해서 자전거를 타고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싶다! 자전거 사랑, 계속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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