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90일

금요일은 주말

by 몽크

수업이 없는 날 물리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택시 기사가 아랍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온다. 눈치로 알아듣고 ‘슈와야 슈와야.’라고 대답하니 좋아한다. 조금씩, 천천히라는 뜻으로 많은 곳에 통용되는 말이다. 뭐든 빨리빨리 하려는 나에게 친구 마스리가(Masry는 아랍어로 ‘이집트인‘이라는 뜻인데, 친구의 본명이다.) 이곳에서는 어떤 것을 판단하기 전에 90일 동안 겪어본다고 말해줬다.


이번 주는 한글날이었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모였다. 한글 낱말을 조금 설명하고, 문자도를 그리면서 두 시간을 꽉 채웠다. 오후에는 자주 보던 학생들과 한식당에 갔다. 법을 공부한 에스라가 어떻게 하면 예술로 돈을 벌 수 있겠냐고 물었다. 계속 작업하고 어떤 문이라도 두드려보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현지 사회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이스라가 그 날 쓴 한글 문구. 이미 스스로 작가가 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멈추지 말고 계속 하기만 한다면 늦어도 상관 없다.”


주말에는 어린아이들이 배우는 수업에 참여해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금요일을 뜻하는 단어 ’고마’에는 ‘모이다’라는 뜻도 있다. 기도시간인 한시부터 세시까지 모두가 모스크(예배당)로 모인다.


가을 날씨가 시작되어 오믈렛 샌드위치를 사서 정원 벤치에서 먹기로 했다. 매달 첫 번째 금요일에는 중고책 페어가 열리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한쪽에서는 보이스카웃 행사가 진행되어 도서관이 활기차보였다. 나도 무리에 합세해 중고책 세 권을 집어 들고 나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