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 현실판 호명사회

2025.2월 홀로서기의 시작 11개월 차

by 고서아


'프리랜서 마케터'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나의 일

24년 11월,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프리랜서 마케터' 라고 소개하며 몇 차례 미팅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나의 일을 설명하다 보니 '프리랜서 마케터'라고 소개하는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프리랜서’라는 말이 내가 하는 일을 전부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매번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의 일과

내가 하는 일의 갭을 줄이고 싱크를 맞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프리랜서'라고 하면 단기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외주를 맡아주는 사람을 떠올린다.

전체 맥락보다는 한두 가지 업무만 수행하는 역할,

말 그대로 '일을 받아서 처리하는 사람'의 이미지 말이다.

나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 내가 원하는 방식은 그것과는 꽤 다르다는 것을. 물론 고용 형태로 따지면 나는 ‘비상주 프리랜서’, ‘외주 계약자’ 일 수 있다.


하지만 일에 임하는 태도나 방향성은 단순한 외주가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건 파트너십이다.

맡은 일만 딱 잘라서 처리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함께 비즈니스의 본질을 고민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함께 그려가는 관계.


그 안에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책임감이 따라오고,

나 역시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스스로의 것처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맡은 일만 했으면 된 거 아닌가요?’라는 마인드는 나에게 맞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함께 일하게 되면,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의 한 부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일이 된다. 나는 ‘우리’라는 이름 아래,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전략을 짠다는 것은, 결코 단발성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브랜딩 컨설팅이나 마케팅 전략이라는 건, 하루 이틀짜리 일이 아니다. 단기간에 보고서를 하나 던져주고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략은 함께 꾸는 긴 호흡의 이야기다.
시장의 맥락을 파악하고, 브랜드의 방향을 정하고,

실행 과정을 함께 점검하고, 방향이 틀어질 때 다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늘 ‘한번 일하면 오래 함께 갈 수 있는가’를중요하게 본다. 그렇기에 아무 일이든 받지 않을뿐더러 내가 일 하고 있는 그 클라이언트에게 퀄리티 높은 아웃풋을 제공하고자 일부로 일의 수량을 늘리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서 크몽이나 숨고에 노출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가격 경쟁 속에서 내 가치를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내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들도 나를 선택했지만, 나 또한 그들을 선택한 것이다.


얼마 전, 읽었던 책이 있다.

『시대예보: 호명사회』 – 송길영

이 책은 마치 요즘 내가 계속 고민하고 있던 지점을 꿰뚫고 있었다.


첫째, 조직 중심 시대의 종말이다.

"이제 나보다 내 직업이 먼저 죽는다"는 충격적 선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수명 연장과 기술 발전으로 더 이상 안정된 직장을 기반으로 평생을 설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린다. 조직이라는 보호막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둘째, '호명사회'의 도래다.

사람들이 더 이상 "○○회사 김 과장"처럼

조직의 이름에 기대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각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며, 그 이름이 곧 개인 브랜드가 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직함이나 집단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과 역량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셋째, 자기 이름 찾기의 중요성이다.

스펙이나 연줄이 아닌 실제 성과와 경험으로 평가받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깊은 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송길영은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의 이름은 어떤 의미로 불리고 있는가?" 책장을 넘기며 나는 계속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새롭게 나를 정의하기로 했다.


나라는 그 사람 자체로 브랜딩 하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의 정의를 내가 내려야겠다고.

그래서 결정했다. 나는 앞으로 '프리랜서'가 아니라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나를 소개하기로.


이 이름에는 내가 추구하는 모든 가치가 담겨 있다.

단순한 외주 업체가 아닌 전략적 동반자로서,

임시적 협력자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가.

내 이름의 진짜 의미 호명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내 이름에 진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부를 때, 그 호명 속에 담긴 기대와 신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를 이렇게 소개한다.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 하고'입니다.


⬇️ Ps. 실제 클라이언트 미팅 시 저의 일을 소개하는 자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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