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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모두 안녕 ....(마지막 회)

by 아이쿠 Jan 12. 2022

"얼른 준비해라. 기차 시간 놓치면 안 되니까"

오늘 우리는 도시로 이사를 간다.

아빠는 용달차를 불러 이삿짐을 싣고 아침 일찍 떠났다.

엄마와 우리 삼 형제는 기차를 타고 가야 하니 엄마는 아침부터

마음이 급하고 소란스럽다.


"지선아. 우리 이사 갈 거야. 추석에 간 할머니 집 기억나지? 그 근처야"

"왜?? 난 여기도 좋은데"

"너희도 도시에서 공부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제.

거기는 학교도 가까워. 이제 멀리 걸어 다니지 않아도 돼"

"진짜? 얼마나 가까운데?"

"걸어서 십 분도 안 걸리고 전빵이랑 다른 가게들도 많아서 불편한 게 하나도 없어"

"그래? 그럼 빨리 이사 가면 좋겠다. 근데 여기 친구들은? 우리 메리는?"

"메리는 못 데리고 가. 도시에서 저렇게 큰 개를 키우면 집주인이 싫어해"

"그럼 메리는 어떻게 해?"

"외할머니네 맡겨두고 방학 때마다 와서 보면 되지"

얼마 전 엄마 아빠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사 통보를 했다.

학교가 가깝다니 기쁘지만 메리와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니 슬프다.


모든 준비를 마친 우리는 메리를 데리고 외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인자 헤어지면 또 언제나 볼란가 모르겄소?"

떨리는 외숙모의 목소리에 엄마 눈이 빨개졌다.

"가서 밥 잘 챙겨 먹고 잘 살어라. 아프지 말고 잘 살어라잉"

허리가 굽어져 키가 나만한 외할머니가 키가 더 큰 엄마를 걱정하며 두 손을 꼭 잡았다.

"엄니도 건강하고 밥 잘 챙겨 드시오. 자주 올게요. 성님 고생하시오"

엄마는 할머니를 안아주며 눈물을 닦았다.


왠지 모르게 나도 눈물이 난다.

"종국아, 혜진아 잘 있어. 방학하면 놀러 올게"

종국이와 혜진이가 나를 향해 잘 가라는 손인사를 했다.


"엄니. 차 시간 다 가니까 갈게요. 잘 계시요"

신작로로 나가는 우리를 외할머니네 식구가 따라 나왔다.

신작로에는 벌써 동네 사람들이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사 가는 그곳에도 신작로가 있을까?

친구들과 매일 비석 치기, 자치기, 땅따먹기, 고무줄, 공기를 하느라 북적이던 신작로가 오늘따라 황량하고 적막해 보인다.



어떤 이는 엄마를 안아주고 어떤 이는 두 손을 꼭 잡고 어떤 이는 어깨를 토닥이며

"가서 잘 사시오"라는 인사를 되풀이했다.

"지선아. 도시 가서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어라"

"네"

"멍멍" 메리도 무얼 아는지 나를 올려다보며 짖어댔다.

"메리야. 꼭 보러 올게. 방학하면 올 테니까 얌전히 말 잘 들어야 해"

"멍멍"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메리가 또 대답했다.


메리와 함께 했던 지난날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름이면 수돗가에서 메리에게 물을 뿌리고 놀았다.

비가 와서 젖은 메리가 털을 털 때면 냄새난다고 구박도 했다.

메리 등에 올라타 "이랴" 소리친적도 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올 때면 메리가 나를 보고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었다.

흰 눈이 내리는 날 한없이 뛰어다니는 메리가 귀여웠다.

겨울밤 메리가 추울까 못쓰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8살 2월에 메리를 만나 13살 2월까지 모든 것을 함께했다.


헌데 이제 헤어져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다.

메리를 꼭 안아주었다. 눈물이 났다.

안녕. 메리야 진짜 안녕. 친구들아 안녕. 신작로도 안녕.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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