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의 아찔한 어록

by 아이쿠


숙제를 미루는 아이를 달랩니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더하기 싫을 텐데."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에게 조언합니다.

"단것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문제 생긴다."

고기반찬에 손이 먼저 가는 아이들 수저 위에 나물을 올려놓으며 말합니다.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지"

큰 아이가 그런 저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이며 말하더군요.

"엄마. 엄마는 공주야"

"아 정말? 고마워 아들"

아들 하나 잘 키웠다는 뿌듯함에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엄마. 근데 공주가 무슨 뜻인지 알아?"

"응? 당연한 거 아냐?"

"공주는 공포의 주둥아리를 줄인말이래"

상대 파악 못하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던 아이는 그날 유튜브 금지령에 처해졌습니다.




작년, 건강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아파트 단지를 걷거나 인근 산을 올랐습니다.

아침 운동 후 먹는 밥은 꿀맛이 따로 없으니 항상 과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뜨끈한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절 보며 여덟 살 둘째가 말하더군요.

"와~ 엄마 진짜 잘 먹는다. 엄마 왜 이렇게 잘 먹어? 우리 엄마 너무 잘한다"

아들의 감탄에 민망하고 머쓱했습니다.

둘째의 칭찬이 끝나기 무섭게 11살 첫째가 웃으며 또 칭찬합니다.

"와~ 우리 엄마 요즘 잘 먹더니 살 진짜 많이 쪘다. 다이어트는 또 내일부터야?"

아이가 선 넘은 걸까요....?




속상한 마음에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 탈이 나 하루 종일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이런 절 보며 남편은 혀를 끌끌 차며 그날 내내 구간 반복하듯 말하더군요.

"잘한다~~ 아주 잘해~~ 술 마시느라 늦게 자고 술병 나고 아주 잘해~~"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살아난 저를 위해 남편은 외식을 하자고 했습니다.

신선한 회를 맛있게 먹었는데 이번엔 큰 아이가 탈이 났는지 먹은걸 다 토해냈습니다."

그런 아이를 향해 남편은 또 구간 반복합니다.

"잘한다~~ 아주 잘해~~ 모자가 하루 종일 잘한다~~"

두 모자가 하루 종일 남편에게 칭찬받은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뜬금없이 우리 가족의 미래를 다 설계해 두었다고 큰소리치더군요.

그런데 듣다 보니 남편의 미래에 저는 쉼 없이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난 한량으로 살고 싶은데 왜 내 꿈을 짓밟아?"

따져 물었더니 웬일인지 저를 칭찬합니다.

"당신은 한량으로 썩기엔 일을 아주 잘해. 재능을 썩히지 마"

이것도 칭찬이라고 웃었습니다.. 제가 속이 없는 걸까요?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남편을 위해 든든한 아침밥을 차리고 도시락을 쌉니다.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고등어를 지글지글 굽고 나물 몇 가지를 무쳐냈지요.

그날은 평소보다 특별히 더 신경 쓴 아침 밥상이었습니다.

남편도 만족했는지 맛있게 먹고 저의 정성에 감동하더군요.

"그래. 집에서는 이렇게 대충 먹는 거야~ 진짜 맛있는 건 외식하는 거지~"

어디가 대충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남편이 생각이 없는 걸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