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혹은 격주로 미술학원에 간다. 때로 서로 바쁠 때는 이삼 주 건너뛰기도 한다. 독서모임 선생님이 오신 후부터는 집에서도 그림을 조금씩 그려 간다.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좋은 사이다.
몇 주 전 재미있게 본 글레디에이터 주인공을 그려보고 싶어 도전했다가 사람을 그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강철부대 이수연 님을 이어서 그리려던 생각을 내려놓았다.
연구년 분임 선생님이 보내주신 제주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가 풍경화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 특히 작은 잎사귀들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이렇게 하나씩 그릴 게 아니라 번지기 기법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분 전환으로 선생님이 그려둔 케이크 그림 중 두 개를 골라 그리기도 했다. 노란 국화를 그릴 때는 오징어 게임을 틀어놓고 보면서 그리는 바람에 완성도가 떨어져 그림을 망쳤다. 다음부터 그림을 그릴 때는 영상 보는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
미술학원 수업을 앞둔 날 밤, 그동안 그릴까 말까 고민하던 아가베를 그렸다. 약 7, 8년 전쯤 제주에 갔다가 호텔에 있던 예쁜 화분을 찍은 것이다. 그때는 그림을 그리게 될 줄 몰랐다. 처음 색칠할 때는 너무 이상했는데 집중해서 조금씩 칠하니 점점 나아졌다. 그림 그리는 동안 참 행복하다. 3월부터 출근으로 바빠지면 학원을 계속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함께 다니는 선생님도 그 걱정이다.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함께가 나으니까 짬을 내보라고 하신다. 집에서도 그릴 수 있겠지만 학원에 가면 좋은 점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의무감에라도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된다는 것이다.
때로 좌절하지만 요즘은 주로 다른 사람의 그림이 아닌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리고 있고, 선생님의 손이 거의 닿지 않고 순수하게 혼자 완성한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조금씩 나아질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