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먹기 사정

먹는다는 행위의 느긋한 즐거움

by 와리

치앙마이에서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광경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광경이다. 물론 무례하게 굴고 싶지 않으니 사람이 밥 먹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빤히 응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의 시장, 먹거리 골목, 쇼핑몰의 푸드 코트, 아무 곳의 식당만 가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음식을 즐겁게 먹고 있기 때문에 먹는 광경을 목격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혹은 목격하지 않기가 더 어렵다. 관심이 동할 때는 그저 주위를 쓰윽 하고, 관심 없는 척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 (관심 없는 척에 실패한다면 아마 그 음식을 먹고 있던 태국 사람이 ‘너도 혹시 이거 먹고 싶니? 이거 뭐뭐라는 음식인데, 저기에서 주문하면 돼.’라고 말을 걸어올 것이다.)


사람이 뭘 먹는 광경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가본 그 어떤 도시에서보다, 같은 나라인 태국에서도 유난히 치앙마이 사람들은 음식을 맛있고 즐겁게 먹는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먹든 느긋하게 즐긴다. 그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즐거워지고 배가 불러오는 기분이다. 희고 검은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색색의 음료수 컵을 하나씩 손에 들고 길거리 가판대 앞에 모여 서서 즐거운 듯이 떠들면서 룩찐 구이를 먹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숫집에서는 아저씨들이 보통은 두 그릇째인 국수를 후루룩거리며 들이키고 반찬집 앞에서는 유니폼을 입은 회사원들이 이것저것 반찬을 통에 골라 담고 있다. 넓은 자리가 있는 식당에서는 오랜만에 외식을 나온 듯 보이는 대가족이 식탁 가득 가지각색의 요리를 주문하여 솜씨 좋게 척척 나누어 먹으면서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아이를 동반한 엄마 아빠가 유리 접시에 과자를 얹고 시럽을 곁들여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스크림을 아이와 함께 먹는다. 유난히 사람이 붐비는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는 싸고 맛있는 한 끼를 찾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뜨거운 국물이 든 그릇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들고 빈자리를 찾아 사람들 사이를 능숙하게 누빈다. 국물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먹는 수키 집이나 무쭘 집에서는 뜨거운 국물이 가득한 냄비 혹은 항아리에 부지런히 채소와 고기와 새우과 국수를 넣고 건져 먹는 손길이 바쁘다. 해질 무렵에 문을 여는 숯불구이집에서는 숯불을 피우는 매캐한 연기와 함께 맛있는 냄새를 풍기면서 구워지는 고기와 채소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저녁 시간을 느긋하게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어두운 거리에 불을 밝힌 루엄밋 가게와 로티 가게의 간이 탁자에는 달콤한 야식을 즐기는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치앙마이의 밤거리를 지나다 불이 환하게 밝혀지고 사람들이 북적이고 오토바이가 많이 세워진 곳이 있다면 그곳은 무조건 맛있는 식당, 맛있는 먹거리 골목이 있는 곳이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전혀 있을 법하지 않는 곳에 있는 식당에도 밤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가득하다. 먹고 즐기는 행위에 대한 그 부지런함에, 그 능숙함에 실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비행기를 타고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하여 고수와 향신료의 냄새가 풍기는 그곳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면 몸 안에서 무언가 찰칵하고 기어가 바뀌는 기분이 든다. 항상 서두르고 긴장하고 재바르게 움직였던 한국에서의 속도가 치앙마이의 느긋하고 게으르고 순간을 음미하는 속도로 바뀌는 순간이다. 물론 어떤 곳에서 어떤 것을 먹든 느긋하게 즐길 줄 아는 치앙마이 사람들의 능숙함을 따라가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여기는 치앙마이고 사람들이 그 느긋함을 누리려 오는 곳이며 서투름조차 즐거움으로 삼는 여유가 있는 곳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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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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