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수

새벽이 스치면

by 한 율
사진: 한 율


쉬운 건 없다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냥 쉴 수만은 없는 처지였다.


그러한 상황 아래에서 그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검푸른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하였다.

'기쁨은 마치 점과 같고 슬픔은 길게 이어지는 쉼표 같도다.'

멀리 보나 짧게 보나 실수투성이인 삶.


해가 바뀔수록 발에 치이는 삶이 점차 둔탁해져 감을 그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 나왔다.

쉼을 용납하는 순간, 얼마나 더 뒤처지겠는가.

아등바등 허우적거려야 간신히 남들과 발걸음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다리는 이미 쇳덩이가 달라붙은 듯이 무거워져 아스팔트 바닥에 붙어 움직이질 않았다.


그는 지친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지쳤다는 것은 오늘도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징표와도 같았다.


그래서 그는 그의 상태를 스스로 쉽사리 용납할 수 없었다.

넥타이를 둘러맨 채 휘청이고 있는 그에겐 한때 품었던 꿈이나 잠시 눈을 붙이는 꿈 모두 불필요해 보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가로등에 기댄 채로 잠시 잠들어버렸다.


흐릿해진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무거워진 다리로 제자리에서 발을 굴려 보았다.


그리고 나선 길가에 보이는 자갈들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자갈들이 사방으로 굴러갈 때마다 풀벌레 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밤 그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다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신기루처럼 희미하게나마 일렁이던 것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이와 같은 생각이 일렁이자, 그는 텁텁함 마음에 문득 매캐한 공기를 한 움큼 들이쉬고 싶어졌다.

그래서 낡은 재킷의 주머니 안으로 손을 직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글씨가 희미해진 영수증만이 구겨져있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찾는 것이 그곳에 없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주머니 안을 뒤적였다.

그의 손짓은 가로등 불빛에 모여든 날벌레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며 춤췄다.

밤하늘에 어두운 청색광이 내려앉은 새벽 네시 반.

그는 그렇게나마 잠시 동안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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