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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기억 속 옛날 풍경

by 한 율
사진: 한 율(Coreart)


2000년대 초여름, 도비도 바닷가에서의 기억


이번 글에서는 10년에서 20여 년 정도 지난 옛날 사진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과거의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 옛날 사진. 그래서일까.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약 20여 년 전에 방문한 도비도. 도비도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섬이다. 초여름의 바닷가. 바닷가에 물이 빠지는 썰물 시간대 도비도 바닷가를 방문했다. 넓은 갯벌이 드러난 도비도 앞 바닷가.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다양한 해양생물을 볼 수 있었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 갯벌을 이리저리 쏘다니며 망둥어, 꽃게, 조개 등을 구경하였다.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갯벌에서 나올 무렵, 몸의 곳곳이 따가워 살펴보니 팔, 목 등이 햇볕에 타 새빨갛게 변했다.


사진을 찍었을 당시엔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고 느꼈다.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돌아보니 사진 속의 풍경과 꽤나 멀리 떨어진 지점에 당도하였다.


사진이 없었다면 이미 기억 속에서 사그라졌을 풍경. 사진을 보면 앳된 과거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가진 마음가짐은 지금도 오롯이 남아있는가.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떠한 생각이 들지 잠시 숙고해 본다. 마음 바다에 깔린 깊은 물음이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사진: 한 율(Coreart)


산골짜기 옛날 시골 풍경


시골 뒷산에 올라가 바라본 풍경. 읍내까지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산골 마을. 드문 드문 떨어진 집들. 하늘색 슬레이트 지붕. 뒷산과 언덕을 누비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면 장작 타는 냄새가 코끝을 감돌곤 했다.


지금은 동작이 멈추어 고장 난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던 사진. 오래된 올림푸스 디카는 300만 화소 정도였다. 그래서 그 디카로 풍경사진을 찍으면 또렷한 사진을 건지기 힘들었다.


뛰다가 멈춰 가쁜 숨을 헐떡이며 찍었던 사진들. 대부분의 사진들은 초점이 나갔거나 심하게 흔들려 식별이 힘들 정도였다. 당시에는 그러한 사진들을 보면 바로 지워버렸다. 요즘 들어 흐릿한 그 사진들을 다시 보고 싶는 생각이 든다.


사진: 한 율(Coreart)


배가 지나다니는 부둣가 항구에서


선착장을 드나드는 여러 척의 배들. 크기가 큰 유람선부터 작은 낚싯배까지 다양한 종류의 배들이 항구를 오고 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사진: 한 율(Coreart)


느릿느릿 바다 위를 미끄러져가는 배들은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고 갯벌이 있던 자리에는 파도가 넘실거렸다. 예스러운 부둣가는 현재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사진: 한 율(Coreart)


어느 겨울, 순천만 습지에서


10여 년 정도 전, 겨울철 순천만 습지를 방문했을 때 니콘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던 풍경. 영하의 날씨를 기록했던 겨울날, 내일로 여행으로 순천만을 방문했다.


사진: 한 율(Coreart)


오후 3시 무렵 도착한 순천만. 흐리고 추운 날씨 때문에 방문객이 별로 없었다. 빨리 떨어지는 겨울 해. 시린 손을 움켜쥐고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 결과 해가 지기 전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 한 율(Coreart)



구름이 껴서 흐릿했던 날씨. 머릿속으로 그려두었던 일몰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실망감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한 작은 섬 하나.


사진: 한 율(Coreart)


모자 같은 모양의 작은 섬. 그 섬에는 나무 몇 그루가 있었는데 물에 잠길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그 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세찬 바람엔 바다내음이 배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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