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스치면
건전지
한 율
수명이 정해진 건전지
무언가에 넣을 때
비로소 너는 소생한다
끝이 있다는 것, 우린 잘 알지
근데 모두 닳을 때까진
그것이 영원할 줄로만 알아
내일이 계속될 것처럼 소비한다
그래서 갑자기 멈출 것을 전혀 몰랐지
완전히 모든 게 멈추고 나서야
다시 꺼내게 되는 건전지
넌 내게 무엇이었는지
손에 쥔 작은 사각형
오늘은 각진 네모난 모양
내일은 점차 모서리가 닳아
기억 속에서도 줄어들 것을 난 잘 알지
그래서 작은 마음속에 넣어둔 큰 건전지
노트
어느 날 밤이었다..
책상 위 멈춰 있는 작은 탁상시계가 눈에 띄었다..
고요한 밤 안, 멈춰 서 있는 시계를 잡아들고 그 안에서 건전지를 꺼냈다.
네모난 사각형, 작은 건전지.
손안에 들어오는 크기의 작은 건전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수명이 다한 건전지를 인간관계에 대입한 뒤, 이를 글과 시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명이 정해져 있지만 막상 그것이 어떠한 제품들 안에서 작동할 땐 그 기간이 무한정하게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마음.
꺼내고 나서야 비로소 유한함을 확인하게 되는 건전지.
어찌 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였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건전지'라는 시는 그런 마음들로부터 비롯되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