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식품 쪽 상장 중견기업 회계팀에 재직 중인 28살 청년입니다.
저는 경기도에 소재한 4년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저는 경영학과의 여러 수업들을 들으며 숫자에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숫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답이 딱 떨어지는 회계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1-2학년 때는 생각 없이 놀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점은 군 전역 이후입니다. 문과에서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향상시킬 수 있고 나름 전문성 있는 직무를 찾다 보니 바로 제가 강했던 회계/세무가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되고 싶은 직업으로 총 3개를 고민했습니다.
7급 세무공무원, 경간부 세무회계직, 사기업 회계팀, 세무사 or 회계사
대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공공기관은 제게 맞지 않을 거 같아 공기업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태눈깔로 유튜브나 보고 뭔가 업무적인 발전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빠른 취업을 목표로, 사기업 회계팀을 준비했습니다.
준비 과정으로는 연말정산 아르바이트, 재경관리사 및 컴활 2급 자격증 취득, 관련 전공 수업 수강(원가관리회계, 중급회계, 재무회계 등), 관련 교내 활동(회계 동아리, 회계학 튜터링)을 했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이 되니, 문뜩 제 사업체를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전문직에 대한 갈망이 커졌습니다. 당시 고시를 하더라도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게 싫어서 졸업 전까지 열심히 돈을 모았고, 약 2년을 고시에 매진할 수 있게끔 준비했습니다.
회계사는 기본 3년이고, 세무사는 잘만 하면 2-3년 사이에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4학년 2학기부터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시험 봤던 23년과 24년 시험 모두 지원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시험이 매우 어렵게 출제되어 결국 과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전부 핑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두 번의 1차 시험 과락으로 약 18개월에 걸친 고시공부를 그만두었습니다.
두 번째 1차 시험 결과가 첫 번째 1차 시험 때보다 좋지 않았고, 이대로 준비하면 100% 장수생이 된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모님 지원을 받지 않고 준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웠고, 만에 하나 긴 세월을 보내 결국 붙는다고 해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에도 저는 전문직이 그 정도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시를 포기하고 난 직후에는 공부한 게 아까워서 세무직 공무원을 준비할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1년에 1번밖에 없는 시험을 다시 준비하는 게 이골이 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먼저 한국사 자격증 2급을 취득하고 난 뒤 도전 여부를 심도 있게 고민하였고 결국 공무원 공부는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접게 됐습니다.
이후 바로 취준을 시작했습니다. 취준 과정에 있어 초반에는 너무 답답하고 암담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정보는 많았지만, 이게 올바른 정보인지 허황된 정보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회계 현직자들이 있는 카페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통해 현직자들이 있는 단톡방에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취업 컨설팅도 10시간 가까이 받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 담당 컨설턴트는 회계팀 현직자였습니다.
컨설턴트분과 다른 회계팀 현직자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몇 번의 퇴고를 거치고 결국 3개월 동안 7-80개의 기업에 서류를 제출했고 계속해서 이력서, 자소서를 퇴고했습니다. 면접은 가장 핵심적인 질문 몇 개만 100% 암기하려고 자투리 시간에 혼잣말을 하며 암기했습니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거의 동시에 상장 중소기업 회계팀 인턴, 디자인 업계 탑티어 상장 중견기업 회계팀 정규직, 식품 쪽 상장 중견기업 회계팀 정규직 합격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디자인회사와 식품회사 중 어느 곳을 갈지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둘이 큰 차이는 없어 보였습니다. 디자인 회사는 시즌 비시즌 가리지 않고 회사에 살아야 하지만 돈으로 보상해 주는 곳(2년 차부터)이었고 다른 한 곳은 네임벨류가 좋은 곳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네임벨류가 좋은 곳을 선택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만약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면 네임벨류 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업종이나 산업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상관없다면 네임벨류 좋은 곳에 가는 게 추후 회계팀 이직할 때 매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제가 회계팀 취준 당시 느꼈던 암울함과 무력함을 취준생분들이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하기 위해 글을 쓰려합니다. 제가 브런치를 통해 드리는 말씀들이 전부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취업으로 향하는 방향성은 일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쓸 모든 글들을 정독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하루가 걸릴 수도 있죠. 하지만, 그 하루로 취준생분들의 취준기간을 반토막 내드릴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밑져야 본전인 마음으로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취준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그 간절함과 우울함을 100% 알고 있습니다. "슬퍼하지 마라, 아프니까 청춘이다, 포기하지 마" 저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말을 별로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이 글을 우연히 접한 취준생분들을 빨리 취업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