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쌍둥이 언니와 나는 쓰레기봉투를 차에 싣고 함께 외출을 했다. 제주도는 클린하우스라는 정해진 곳에 종량제 및 분리수거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처음엔 이걸 몰라서 쓰레기를 차에 싣고 동네를 뱅글뱅글 돌기도 했다.
그러고는 동네 마트에 들러 마감 세일하는 방어회 한 접시를 싼 가격에 사 오기도 하고, 동문 야시장을 구경하기도 했다. 제주의 밤은 왠지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쉬웠다. 우리는 싱싱한 회 한 점에 한라산 소주 한 잔을 기울이기도 했는데 이 순간만큼은 섬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시간엔 주로 오늘 어땠는지 내일은 어떤 일정을 보낼지 이야기했다.
어떤 날은 어릴 적 추억을 안주 삼는 날도 있었는데 빠듯했던 일상을 떠나오니 이런 여유로운 일탈의 시간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들은 옹기종기 모여 여러 가지 것들을 함께 나누었다.
한 달이 다 될 무렵에는 벽에 전지를 붙여 그동안 다녀온 곳을 모아 <제주 발길, 제주 맛길>로 정리하기도 했다. 하루는 2020년 새해를 제주에서 맞으며 한 해를 돌아보고 잘한 일, 아쉬웠던 일, 감사한 일을 기록하고 이야기했다. 또 2020년 자신의 키워드를 뽑아보고 버킷리스트, 가져야 할 것, 버려야 할 것을 적었다.
2021년이 되어 사진으로 이 다짐들을 읽으며 이룬 것이 별로 없음을 재차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지만제주가 아니었다면 함께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 해를 계획할 수 있었을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본다.
원래 집을 떠나 여행을 가면 엄마들은 더 바쁘고 힘들다.
그렇더라도 함께 오늘을 얘기하고, 내일을 같이 그릴 수 있는 서로가 있어 즐거웠던 날들이었다.
제주에서 한달살기를 마치고 떠나던 날
그동안 한 번도 내리지 않았던 눈이 원 없이 펑펑 내렸다.
아이들 썰매를 태우겠다고 2인용 썰매를 3개나 사 가지고 왔다가 다시 가져가는 참이었다.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집에 못 오는 줄 알았다. 아이들은 난생처음 눈을 만져보며 신기해서 눈이 휘둥그레 졌다. 공항으로 가는 콜택시를 기다리며 아쉬움에 작은 눈사람도 함께 만들어보았다.
그렇게 잘 가라고, 또 오라고, 인상 깊은 제주의 마지막 날을 선물해주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제주에서의 한 달을 기억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기억이 안나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을 보여주어야 제주에 함께 갔었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그때의 좋았던 느낌, 감정만큼은 아이들의 온몸에 남아있을 것이다.
나중에 우리 비행기 타고 어디 갈까?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제주도라고 답한다.
마치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제주도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면 개고생 200%를 확정 예약 짓더라도 우리는 다시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