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리사 Apr 11. 2021

건강을 위한 '크로스 오버'

웰빙 에세이

장르를 넘나드는 것을 '크로스 오버(crossover)라 부른다. 팝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팝페라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과 행복에, 크로스 오버가 '신의 한 수'가 된다면?


어떻게 한다고?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예를 들면 이렇다. 마음이 괴로울 때 몸을 챙긴다. 내가 힘들다고 느낄 때, 더 힘들지도 모르는 남들을 돌아본다.


의과대학생 시절부터 “우울함”에 관심이 있었다. 본과 생활이라는 것이 자고 통학하는 시간 말고는 공부의 연속이다. 학업의 무게는 나만 버거운 것이 아니어서, 동기들은 곧잘 “죽겠다”를 남발했다. 그러다보면 능청스런 누군가는 “난 이미 죽었어”로 맞받아치기도 했지만.


당시 가까운 학우들과 이런 이야길 했었다. 왜 우린 가라앉은 기분으로 낮은 자존심사이에서 헤매야 할까... 객관적으로도 “뛰어난 그룹에 속한 일원은 자존심이 낮아지기 쉽다”는 심리학적 보고가 있었다. 말 재주 좋은 동기가 “난 그냥 내재적으로 우울증을 타고 난 거 같아”했을 때, 다 같이 웃어버렸던 건 동감이었을 거다.


어느 겨울방학에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의대생을 위한 조언이었는데, “생물학적 우울감”이란 걸 알려주었다. 몸이 피곤하고 할 일이 누적되면 기분은 더 가라앉고 별 것 아닌 것도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니 몸을 잘 돌보라는 것이었다.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었다. 이후로 인턴 레지던트 시절에 문득 기분이 우울해질 것 같으면 “이건 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요새 과로해서일 거야”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가능한 휴식을 조금이라도 더 취하고, 좋아하는 책을 몇 줄이라도 보고, 그런 식이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의대 동기이기도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건국의대, 하 지현)의 말을 듣다가 솔깃했다. "우리가 생각으로, 의지로, 마음을 건강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것보다 반대로 몸을 챙기는 겁니다. 어느 날 하루 레시피를 배워서 요리했더니 그게 맛있더라, 그러면 그날 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이런 작은 감각들이 모이면 그 다음 날도 괜찮으리라는 기대가 생기거든요."


'크로스오버'는 옳았던 것이었다!

한옥에서 즐기는 이탤리 레스토랑. 운치 있는 크로스 오버. 

나는 행복 심리학자도 아니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아니다. 하지만 어딘가에도 속하지 않는 모호한 증상으로 오는 환자분들을 가정의학과 진료실에서 많이 만났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보면, 이런 건강과 질병의 경계에 있는 분들에게는 무언가 "균형이 깨져" 있었다. 바람직하지 않은, 쏠림이 존재했다.  


머리만 주로 쓰고 몸을 전혀 쓰지 않는다거나. 좋아하는 음식만 주로 먹는다거나. 자신의 가능성을 남들보다 낮게 보거나, 앞날을 비관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치우치거나. 일하느라 휴식이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거나 등등 .


그러니 건강을 위한 '크로스 오버'를 잊지 않도록 할 일이다. 어느 한 편으로 치우쳐 살기에는 너무 소중한 우리 인생이기에.






이전 02화 새로운 즐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