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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사서 하는 고생(1)

이동 5. 'I TAKE CARE YOU', 펫부리로 

"어린이, 이 번 여행도 거의 끝물이야. 어디로 갈까? 어디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게 좋을까? 너 좋아했던 치앙쌘으로 다시 갈까?" 

"음 . . . 엄마, 우리 남부에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지? 남부 어느 도시에 한 번 가봐도 좋을 것 같아." 


연짱이의 의견에 따라, 남부로 이어지는 관문 격인 펫부리에 먼저 들러보기로 하였다. 펫부리는 행정구역 상 방콕과 같은 중부 지역에 속한다. 물가 비싼 남부로 내려가기 전 2박 정도 하면서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 문제는 하노이에서 방콕 넘어오던 날, 연짱이를 생 고생하게 하였던 '평균 무게 20KG 캐리어 두 개 들고 육교 넘어가기'를 다시 시전해야 하고, 펫부리 행 롯뚜 기사가 시내에서 먼 빅씨 말고 그나마 시내에서 가까운 '카오 왕' 주변에 제대로 내려줄까 하는 것. 최선을 다 하여 어필해 보기로. 


오전 11시 전 체크아웃을 하면서, 숙소 주인 언니에게 가방을 맡아달라고 하였더니 흔쾌히 받아준다. 이 언니 역시 치앙쌘 숙소 사장님처럼 영어 영수증으로 내게 감동을 주었다. 치앙쌘 숙소 사장님도 이 숙소 주인 언니도 참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 사는 동안 그들의 선의와 정직과 성실이 늘 보답받기를. 


방콕 행 쏨밧투어 오버나잇 버스는 제 시간에 왔다. 긴 시간 다리 긴 연짱이 편하게 가라고 고르고 골라 맨 앞 자리를 예매하였는데. 


이게 뭐니. 


버스 타고 얼마 안 있어 나눠준 빵. 목 메이지 말라고 물하고 같이 준다. 언제나 까탈스러운 나는 먹지 않았고 수더분한 연짱이만 먹었다. 


신새벽 3시 반 즈음 캄캄한 거리 어딘가에 드문드문 승객을 내려주던 버스는 이른 4시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방콕 여기 저기에 사람들을 내려주었다. 5시 20분 쯤 승객들이 모두 내리길래 '머칫' 맞는지 묻고 함께 내렸지만. 어둠에 싸여 있는 곳은 하노이에서 방콕으로 넘어오면서 보았던 곳도, 2019년 피마이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던 곳도 아니었다. 북부터미널은 광활하여 안에서 길 잃으면 대책없다던 말이 정확하였던 것. 막 버스에서 내려 비몽사몽인데다, 새벽 어둠이 걷히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더구나 넓디 넓은 북부터미널 내부는 네비게이터 연짱이에게도 난이도 극상의 미로 수준. 


"엄마, 이 길이 아닌가 봐. 지도도 안 보이고, 도로도 안 보여서 길을 잘 못 들었어." 

"괜찮아. 엄마였으면 아예 터미널 자체를 벗어나지도 못했을 거야." 


하지만 다시 찾은 길도 옳은 길은 아니었다. 사위는 캄캄하고,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올바른 길이라는 보장도 없고, 감정 없는 물오리의 눈을 하고 내 곁을 바쁘게 지나는 사람들은 절박한 나와 전혀 상관이 없고. 힘들고 어렵고 무서운 와중에도, 각자 분주한 세상을 살고 있구나, 그 막연한 냉담함이 서글펐다. 


"엄마, 육교야!" 


아이는 저를 그토록이나 힘들게 하였고, 다시 힘들게 할 육교를 반가워하였다. 나와 내가 아는 세상을 다시 이어주는 괴로운 육교를 묵묵히 넘어갔다. 


펫부리 행 롯뚜를 찾기 위해 빌딩 D에 들어선 순간. 와, 티켓 데스크에 서 있던 사람들이 나와 연짱이를 향해 일제히 청력 상실 수준으로 고함을. 데스크마다 행선지가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곳에서 버스 티켓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일텐데? 단발 불꽃 미인이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펫부리 빅씨 말고 카오 왕 주변에서 내려야 해요." 

"빅씨 말고 카오 왕? 음 . . . 그럼 지금 말고 아침 7시 롯뚜를 타요. 내가 챙겨줄게." 


단발 불꽃 미인의 'I TAKE CARE YOU'라는 말이 참 고마웠다. 


"엄마, 나 목 말라." 


아이는 이미 땀범벅이었다. 11시간 남짓 오버나잇 버스를 타고, 해도 나지 않은 어두운 새벽 낯선 길 위에서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리저리 헤맨 것도 모자라, 오죽하면 짐 하나 당 얼마씩 받고 맞은 편으로 옮겨주는 고단한 육교를 두 번이나 왕복하였고. 그 뿐이랴. 나이 들어 부실한 엄마까지 챙기고 다녔으니, 아이의 여행은 다섯 살 꼬마 적에도, 다 큰 지금도, 별나고 이상한 엄마 덕에 참 고달프기 이를 데 없다. 


어차피 아침 7시는 되어야 롯뚜를 탈 수 있고, 대기 시간은 넉넉하다 못해 남아 돌고, 연짱이 줄 음료수만 사려다가 프레스 기에 따뜻하게 누른 햄치즈 샌드위치도 함께 사서 부랴부랴 아이가 앉아 기다리고 있을 벤치로 돌아왔는데, 연짱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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