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1 세상은 지옥이야
빛은 그 찰나의 순간에만 그 부분에 비췄다.
나는 그 찰나가 영원하지 못해 불안해했다.
그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무지한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빛은 다시 돌아온다. 계절이 끝나면 또 다른 계절이 오는 것처럼, 그리고 또다시 그 계절이 오는 것처럼 끝나는 것처럼 보임에도 끝나지 않는다.
숨을 쉬다 보면 내가 이 삶에서 무슨 필요가 있는지 의심하게 되는 찰나들이 온다. 하필이면, 그때마다 사랑이 떠오른다. 내가 그동안 숨 죽여 아껴왔던 것들. 그런 것들이 나를 절벽 끝으로 미는 줄만 알았는데 나의 바짓가랑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 작고 무구한 사랑들이…
삶이 어설펐다. 그 어설픈 삶이 내게는 소중했다. 배우지 못해 어눌하게 내뱉는 사랑의 언어들이 찰나의 빛과 닮았다. 결국 그게 영원하지 않아 두려운 것도 나는 빛을 내지 못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빛은 내 안에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그걸 반사하는 건 사랑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 가는 것들을 그리워했다.
그리움은 곧 슬픔을 동반했다.
세상은 지옥이야.
몰락한 세계야.
하지만 나는 재건할 거다.
사랑으로 그 무너진 세계를 재건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