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도저도 아닌
"미지근한 게 뭐예요?"
그녀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것이라 했다. 너무 뜨거운 건 손을
데이게 했고 너무 찬 건 손을 마비시켰다.
미지근함을 동경했던 걸까.
오랫동안 머금고 있던 뜨거운 물은 점차 미지근해졌고,
오랫동안 머금고 있던 차가운 물은 점차 미지근해졌다.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물의 온도가 내게 이별을 전하려 한다.
우린 모두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지.
가랑비에 적셔진 이듬해 여름, 뜨거웠던 호수공원에 고인 눈물.
손가락 틈새로 도망치는 미지근한 물.
나는 이 온도가 좋은데,
어째서 자꾸 뜨거워지라던지 자꾸 차가워지라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