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이었나? 퇴근후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내게 전화를 건 학부모가 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소에 나는 이 학부모가 가장 극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날도 학부모의 전화를 받느라 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했고, 내 감정을 건드리는 말들 때문에 저녁시간이 편안하지 못했다. 이 학부모는 내가 자녀를 담임하는 일 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전화했고 학급일에 대하여 시시콜콜 간섭을 했다. 분명한 월권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러셨군요.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이 말밖에 없었다.
자신은 아니라는 착각,
이 오만함은 진실을 흐리고 본질을 감춘다. 7년 전 요즘 엄마들이 왜 이리 극성인지 모르겠다고 한 학부모와 같은 사람은 그 후에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요즘 '교권추락', '교사의 권위 상실', '교사인권', '악성민원'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의아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지속된 지 오래였는데 이제야 문제의식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감추어진 진실을 수면 위로 한꺼번에 올려놓았다. 얼마전 카이스트 출신 학부모가 유치원 교사에게 갑질을 하는 막말이 그대로 공개되었다. 이러한 음성과 말투가 나와 같은 경력 교사에게는 생소하지도 놀랍지도 않다. 비슷한 억양과 말투, 말의 빠르기, 자세이러한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간헐적으로 어느 누군가 학부모에게 들어왔고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듣고 경악했다는 기사의 댓글이나 반응이 새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