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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Aug 10. 2023

자신은 아니라는 착각

교권침해, 방심하지 마세요. 바로 자신일 수 있습니다.

  "선생님, 힘드시지요? 요즘 엄마들 왜 이리 극성인지 모르겠어요. 힘내세요!"

  7년 전이었나? 퇴근후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내게 전화를 건 학부모가 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소에 나는 이 학부모가 가장 극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날도 학부모의 전화를 받느라 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했고, 내 감정을 건드리는 말들 때문에 저녁시간이 편안하지 못했다. 이 학부모는 내가 자녀를 담임하는 일 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전화했고 학급일에 대하여 시시콜콜 간섭을 했다. 분명한 월권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러셨군요.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이 말밖에 없었다.


  자신은 아니라는 착각,

  이 오만함은 진실을 흐리고 본질을 감춘다. 7년 전 요즘 엄마들이 왜 이리 극성인지 모르겠다고 한 학부모와 같은 사람은 그 후에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요즘 '교권추락', '교사의 권위 상실', '교사인권', '악성민원'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의아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지속된 지 오래였는데 이제야 문제의식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감추어진 진실을 수면 위로 한꺼번에 올려놓았다. 얼마전 카이스트 출신 학부모가 유치원 교사에게 갑질을 하는 막말이 그대로 공개되었다. 이러한 음성과 말투가 나와 같은 경력 교사에게는 생소하지도 놀랍지도 않다. 비슷한 억양과 말투, 말의 빠르기, 자세 이러한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간헐적으로 어느 누군가 학부모에게 들어왔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듣고 경악했다는 기사의 댓글이나 반응이 새로울 뿐이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308021545012045

  요즘 주호민씨의 일로 '호민스럽다'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자신의 허물에는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는 엄격한 사람을 일컬을 때 하는 말이라는데, 나는 이 말이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휴~ OO엄마 대체 왜그래? 좀 그렇지 않아?"

라며 다른 학부모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작 담임교사가 제일 힘들어 하는 학부모가 자신일 수 있다. 교육경력 18년이 넘고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본 40대의 중견교사로서 경험하고 느낀 생각이다.


  양천구 초등교사 폭행 사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주호민씨 교사 고소 사건,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내 2명의 초등교사 사망 사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불행한 일들을 보며

  남이 아닌 자신에게 엄격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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