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3일 남았다.
시간은 참 잘 간다. 2025년은 내게 있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내와 나는 서울과 제주도에 따로 살며 한달 부부로 살아야했고 그 사이 아내가 아팠다. 대전에 계신 어머니는 위독하셔서 하루를 멀다하고 대전을 오가야했다. 거기에 크고 작은 불운들......
아내는 결국 휴직을 했고 어머니는 아직 병원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시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잠시 휴정기가 찾아왔다. 아내는 휴직을 하며 회복을 하고 있고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어머니는 병원의 치료를 받으며 잘 버티고 계시다.
나의 방학 첫날, 딸을 학교에 보내고 곧바로 카페에 왔다. 커피를 한 잔 시켜 두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려 했다. 많이 고단한 시간들이었구나.
어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다시고 아내가 암판정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유일한 낙은 혼자 마시는 술이 되었다. 술을 마시면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으니 거의 매일 마셨다. 술에 취해 잠이 들면 다시 시작되는 아침, 나의 생활은 언제나 도돌이표였다.
이렇게 괴롭게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내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것은 딸 때문이었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침이면 딸을 깨우고 밥을 먹여 학교에 보내야했고, 딸에게 일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야 했다. 내 생활은 아침에 딸을 학교에 보내고 밤늦은 시간, 연습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딸을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놓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무리 괴로워도 술을 마셔도 정신을 부여잡을 수 있었던 것은 딸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딸에게는 내가 필요했다.
혹자는 "자식 소용없다. 너무 집착하지 마라, 결국 떠나가면 그만이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지금 나에게 딸은 나를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지난 주말 모처럼 모임에서 나만큼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나는 2025년은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야."
라는 지인의 말에 나에게 2025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잠시 생각해 보았다. 힘든 시간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다. 돌아가실 뻔한 어머니를 살려냈고 아내의 소중함을 느낀 한 해였으며 그래서 가족의 소중함을 크게 깨달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음악에 재능을 가진 딸을 위해 서울까지 올라와 딸아이의 꿈을 지원해주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딸아이와 함께 보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2026년에는 제주도에 있는 아내와 아들도 서울로 올라오니 더 안정되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고 보면 참 행복 별거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여유있는 아침,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에 가슴이 먹먹해지니 평범한 하루가 이토록 소중한 것임을 잊고 살았나 보다.
2025년이 3일 남았다. 남은 3일을 더 의미있고 알차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