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데도 살지 않는 애인을 그리워하는,
성탄절 날 나는 하루 종일 코만 풀었다 아무 愛人도 나를 불러주지 않았다 나는 아무에게나 電話했다 집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살지 않으니 죽음도 없어요 내 목소리가 빨간 제라늄처럼 흔들리다가…… 나는 아무 데도 살지 않는 愛人이 보고 싶었다 그 여자의 눈 묻은 구두가 보고 싶었다 성탄절 날 나는 낮잠을 두 번 잤다 한 번은 그 여자의 옷을 벗겼다 싫어요 안 돼요 한 번은 그 여자의 알몸을 파묻고 있었다 흙이 떨어질 때마다 그 여자는 깔깔 웃었다 멀고 먼 성탄절 나는 Pavese의 詩를 읽었다 1950년 Pavese 自殺, 1950년? 어디서 그를 만났던가 그의 詩는 정말 좋았다 죽을 정도로 좋으니 죽을 수밖에 성탄절 날 Pavese는 내 품에서 천천히 죽어갔다 나는 살아 있었지만 지겨웠고 지겨웠고 아무 데도 살지 않는 愛人이 보고 싶었다 키스! 그 여자가 내 목덜미 여러 군데 입술 자국을 남겨주길…… Pavese는 내 품에서 천천히 죽어 갔다 나는 그의 故鄕 튜린의 娼女였고 그가 죽어 간 下宿房이었다 나는 살아 있었고 그는 죽어 갔다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다
_ <성탄절>, 이성복
집에서 달아나기 위해 길거리를 가로지르는 것은/ 소년이나 하는 일, 하지만 하루 종일 거리를 배회하는/ 이 사내는 더 이상 소년도 아니고,/ 집에서 달아난 것도 아니다.
여름날의 오후/ 광장마저 텅 비어 있고, 저물어가는 태양 아래/ 길게 늘어져 있는데, 이 사내는 쓸모없는/ 가로수 길에 이르러 걸음을 멈춘다./ 더욱 외로워지기 위해, 홀로 있을 필요가 있을까?/ 사방을 둘러보아도 광장과 거리는/ 텅 비어 있다. 지나가는 여자라도 있으면,/ 말을 걸어 함께 살자고 해볼 텐데./ 아니면, 혼자 중얼거려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밤에 술 취한 사람이 말을 걸고/ 자기 인생 계획을 늘어놓기도 한다.
물론 황량한 광장에서 누군가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은/ 이따금 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둘이라면/ 함께 길을 걸을 수도 있고, 여자가 머무는 곳이/ 곧바로 집이 될 수도 있으니, 해볼 만하다.
밤이 되면 광장은 다시 황량해지고/ 배회하는 이 사내는, 쓸모없는 불빛 사이에서/ 집들을 바라보지도 않고, 눈을 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손처럼 거친 손으로 다른 사람들이/ 만든 돌포장 길을 홀로 느낄 뿐이다./ 텅 빈 광장에 남아 있는 건 옳지 않다./ 애원하면 집으로 이끌어줄/ 그 거리의 여자가 분명 어딘가 있으리라.
_ <피곤한 노동>, 체사레 파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