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소중한 사람의 상실을 겪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일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묻곤 했다.
"그때 어떻게 극복했어?"
극복의 사전적 정의는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 냄'이다.
그러나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나의 애도 과정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으며, 몇 가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 해 5월 그 당시 제주도에서 인턴을 하고 있던 동생을 보러 갔었고 그 당시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풍광에 조금 자연 치유가 되었던 것 같다. 자연에는 자연치유력이 있다. 우리 가족은 큰일이 있은 후
9개월 만에 서울 외곽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우리 집에는 30가지 이상의 식물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전 주인이 사계절 내내 꽃이 필수 있도록 식물을 심어놔서 계절에 상관없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나는 2년 이상 그 단독 주택에 살면서
자연의 치유력을 직접 체험했다.
식물에 물을 주고 나무에 열린 대추를 따고 열매를 따면서
실로 나의 심리 상태가 좋아짐을 느꼈다.
나처럼 힘든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이렇게 자연의 치유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옮기거나
환경을 조금 바꿔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인간은 유전적인 영향 외에 환경적인 영향에 의해 실로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에
괴로움에 처해 있으면 괴로움을 덜어낼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시켜야만 한다.
물론 나의 힘으로만 극복할 수 없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둘째,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지만, 우울증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관장하는 행복 호르몬으로, 우리가 걸을 때 활발히 분비된다. 따라서 햇볕을 많이 쐬고 많이 걸어야 한다. 특히,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 숲은 이미 과학적으로 우울증, 불안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성분이 많이 나오는 나무가 있는 숲길을 걷는 것이 좋다. 국내에 좋은 국립공원들이 많으니 한 번 알아보고 가보자.
셋째, 다음과 같은 일을 매일 시도해 보자.
1) 가지기 2) 키우기 3) 배우기 4) 만들기 5) 만나기
인생이 우울하다고 느끼는 시기에 5가지 중 한 가지씩 매일매일 하더라도 새로운 재미를 날마다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너무 무료하고 권태로울 때 새로운 것을 배운다. 춤이라던지 노래를 배우면 금방 신바람이 난다. 하다 못해 매일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보자.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은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극복이라기보다는
상실의 과정을 거쳐 다른 나로 태어난다고 보는 게 맞다.
어떻게 그렇게 큰 일을 겪고도
겪기 전과 겪은 후에 내가 똑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그 당시 뉴욕타임스에 실린 '상실'에 대한 기사를 읽었고, 이는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Recovering from suffering is not like recovering from a disease. Many people don't come out healed; they come out different. They crash through the logic of individual utility and behave paradoxically. Instead of recoiling from the sorts of loving commitments that always involve suffering, they throw themsalves more deeply into them. Even while experiencing the worst & most lacerating consequences, some poeple double down on vulnerability. They hurl themselves deeper and gratefully into their art, loved ones and commitments.
이를 한국어로 해석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고통에서 회복되는 것은 질병에서 회복되는 것과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치유되어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되어 나온다. 그들은 개인적인 실리의 논리에서 벗어나 역설적으로 행동한다. 항상 고통을 수반하는 사랑의 약속에서 뒷걸음치는 대신, 그들은 오히려 더 깊숙이 파고든다. 최악의 극심한 결과를 수반하면서도 이들은 상처받은 마음에 더욱 몰두한다. 그들은 자신의 예술, 사랑하는 사람, 헌신에 감사한 마음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그렇다.
상실은 불길을 헤치고 삶의 다른 편으로 갈 수 있는 통과의례와 같다.
비가 온 뒤 땅이 굳듯 어느새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내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