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일부터 시작한 남산 오르기 도전을 하며 느낀 점은 매번 똑같은 남산은 없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날은 있었겠지만, 매번 같은 감정과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기록을 위해 똑같은 장소에서 찍은 150장 이상의 사진을 보며 매일 다른 남산을 올랐던 나의 감정을 정리해 본다.
비슷한 날은 있어도 똑같은 날은 없었다
사진 속 남산만 봐도 정말 다양한 날씨, 풍경, 그리고 깨달음이 있었다. 안개가 낀 남산, 구름에 가린 남산, 때로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남산까지.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며 때론 위로받기도 한다. 정말 좋지 않은 날씨도 시간이 흐르면 화창한 날로 바뀌어 있다. 무더위에 지쳐가지만 버티다 보면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이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문제와 상황의 해답은 시간에 있다는 말을 사진을 보며 새삼스럽게 느낀다. 그렇게 흘러가는 매 순간은 다르다.
어른이 될수록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다. 새로운 것보단 익숙한 것에 눈이 가고, 늘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새로운 자극이 없기에 감정도 표현도 정체되고 같은 날의 연속이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어렸을 적에는 어려움 없이 평범하게 반복되는 삶이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매번 다른 반복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결과물이 조금씩 다를 때도 있고, 때론 실수를 하기도 한다. 주어지는 환경도 각기 다르기에 처신과 행동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새로운 순간에 직면하면 설렘으로 가득하고 열의 있게 앞으로 나가며 도전하기도 했다. 반대로 조금만 어려워지면 말도 안 되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포기하거나 피할 명문을 찾는다. 오늘은 어제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어릴 때부터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었을 테고, 어려움에 직면한 순간을 더욱 빨리 극복했을 것이다.
되돌리기 기능 없는 삶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가 걷고 있는 이 삶에는 되감기 버튼이나 잠시 멈춤 기능이 없다. 멈추지 않고 재생되는 지금, 나는 제대로 플레이하고 있는가? 그렇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의 반복은 잘 이루어져 가는가? 남들에게도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다. 하지만, 각기 다르게 사용되고 계획되고 있는 지금, 나는 그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가? 그렇게 오늘도 난 '다른' 오늘의 남산을 오른다.
나는 매일 다른 남산을 오른다. 다름을 인정한 지난날의 남산을 통해 이제서야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