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폭설로 인하여 서울시에 교통 통제가 많이 이루어진 어느 겨울, 나는 굳이 남산을 오르기로 한다. 폭설이 내렸다고 하면 보통 하루 쉬거나 눈이 녹은 다음날에 산행을 하겠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폭설 내린 남산을 오른다. 등산화의 효력이 무색할 만큼 미끄럽고 위험했다. 보통 때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춥고, 위험하고, 내려가는 버스는 운행 중단인 상황에서 풍경을 보니 잠시나마 이러한 걱정들을 내려놓게 되었다. 만약 나도 따듯하게 집에서 쉬었다면, 이 절경은 보지 못하지 않았을까?
쉽게 볼 수 없는 인생의 풍경
남들이 보지 못한 남산의 풍경을 나는 보고 내려왔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내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들이 오르지 않는 날 또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보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다. 흔히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갈 수 있는 길도 돌아가기도 하고, 잠시 멈춰 돌아보며 쉬어 가기도 했다. 남들은 비효율적인 삶이라 우려를 표하기도 했고, 인생을 낭비한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남들이 오르지 않은 산을 올랐기에 지금 내가 있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청소년기까지 포장되어 있는 탄탄한 대로만 달렸다. 가족 어른들 사이에서 촉망받고 미래가 밝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지만, 한순간에 겪은 경제적 어려움은 포장되어 있던 도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강해지고 싶었고, 남들이 경험하지 않은 부분도 겪어보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직업을 통해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공장에서 만난 미얀마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 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한 군대 동기, 영업의 시작과 끝을 알려준 전시장 팀장님, 각기 다른 사연으로 잠시 국제 학교에서 일하는 계약직 친구들까지. 셀 수 없는 다양한 순간과 이야기들은 나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었고, 내 마음속에 그러려니 하는 이해심도 얻을 수 있었다. 어느 누구나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겠지 하며 상황을 유연하게 넘기려는 자세도 생기고, 조금은 여유롭게 삶을 보기도 한다. 분명 청소년기 때보단 많은 것을 잃었고, 풍족하지 않다. 허나, 남들이 오르지 않은 산을 오르면서 봤던 풍경은 나를 더 강하고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답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말하는 정도의 길만이 인생에서 말하는 성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정도의 길만을 걷고 있다면, 남들이 오르지 않는 순간에 올라보는 도전을 권하고 싶다. 기존과 다른 순간을 통해 내가 한 번 더 성장하거나 나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며 보지 못한 곳에서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