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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꾸준히 남산을 오른다

작은 습관을 통한 성취감

by 레마일

2023년 12월 3일 일요일. 처음 남산을 오르고 시작한 지 3개월 차이고 조금씩 내 삶 속의 습관화가 되어 가는 중이다. 3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도 안 간 적도 있고, 심지어 남산 초입까지 와서 돌아간 적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21일이상 꾸준히 무언가를 하면 습관이 된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돼

우연히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게 된 지도 2년 6개월이 지났다. 잠시 머물 것처럼 보였던 나도 어느덧 그 분야에 잘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하지만, 그 외 내가 이루겠다는 목표는 사실 일의 적응을 한다는 핑계로 제대로 하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던 중에 작은 것부터 이루는 성취감을 바탕으로 큰 목표를 실행해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늘 원대하고 큰 목표만 설정하고 단 한 번도 꾸준하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최소 21일 이상 꾸준히 무언가를 할 때 습관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3일 이내 혹은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또한, 꾸준히 하지 못 했다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쉽게 포기하는 경향도 있다. 특히나 나는 조금 해보고 안되면 다시금 시도하지 않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조금이라도 실패 혹은 어려움을 직면하면 계획을 수정하거나 보류하기 급급했다.


숱한 실패와 포기하지 않는 마음

존경하는 사람의 조언으로 작은 일부터 해보기로 마음먹고 남산 오르기를 시작했다. 물론, 지난 3개월간 실패는 수도 없이 많이 했다. 정말 오르기 싫을 때도 많았다. 날씨가 안 좋아서, 오늘은 근무가 바빠서, 내일을 위해 오늘은 쉬어야 해서, 등 정말 이유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굳이 못 간 이유를 스스로 설명하고 납득시키려 했다. 그렇게 한 달 차까진 남산을 거의 가지 않았다. 이러다간 다시금 흐지부지 될 것만 같았다. 이제부턴 솔직해지고 싶었다. 그냥 가기 싫어서 못 갔고, 그렇게 실패를 맛봐도 나는 또 가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두, 세 달이 지나면서 남산은 가는 횟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컴퓨터를 다시 시작할 때처럼 실패에 큰 마음을 두지 않았다.


꾸준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아직도 집을 나서기까지 정말 많은 유혹이 있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오랜만에 주말에 쉬는데 집에서 쉬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는 남산을 오르고 나면 느끼는 그 감정을 안다. 작지만 뭐라도 이룬 그 성취감이 다시금 내 삶에서 무언가 묵묵히 하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는 확신이 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 많았고, 이제 포기하고 돌아온 적도 많다. 그렇지만, 그저 생각을 비우고 오늘만이라도 오르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면, 나도 모르게 남산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점점 습관이 될수록 남산을 오르는 속도도 빨라지고, 횟수도 많아진다. 정말 습관이 된 지금은 남산을 가는 날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묵묵히 작은 일을 성취하면서 달라진 점은 이제 목표만 세우지 않는다. 적어도 실패를 하거나 넘어지더라도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성공의 기회는 0%라는 말처럼 적어도 시작을 했다면 내가 생각한 정상에 한걸음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내 습관이 되기까지는 너무나 힘든 과정이지만, 습관이 된 이후에는 그저 묵묵하게 그 습관을 유지하면서 건강도 되찾고 마음의 안정도 찾으면서 이제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인생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정말 하는 일이 힘들고 어렵고 생전 해보지 않은 일이 닥칠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워 말고 딱 21일만 꾸준히 해보다 보면 점점 견디는 힘이 생기고, 묵묵히 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꾸준히 남산을 오른다. 나의 작은 습관은 성취의 맛을 느끼게 해 주며 꿈을 실현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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