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사고 깨기
남산을 오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다. 훈련차 수많은 물통을 짊어지신 분, 새벽에 반려견과 조깅을 하고, 다정하게 산책하는 노부부, 그리고 한국을 여행하기 위해 방문한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까지. 똑같은 남산이어도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은 남산을 찾는다.
어렸을 적에는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늘 꿈꿔왔다. 제 나이에 졸업을 하고, 의무 복무를 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꿈은 실제로는 얼마나 어렵고 행운이 따라야 하는지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일을 하면서 정말 수많은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생 말고도 살아가는 방법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나 또한, 원하던 원치 않던 삶의 길에 변수가 나타났고,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변수 덕분에?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택하고 열심히 걸어 나가고 있다. 변수를 내 인생에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내가 가진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사회의 일반적인 굴레 벗어나기
부족함이 없을 때에는 나 또한 그 누구보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았고 건망지게 판단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나 똑같은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기에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있을 수밖에 없지만 너무 강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부족함을 가지고 의식주를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장 먼저 선입견과 고정관념이란 색안경을 자연스레 벗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틀이 없어지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유와 함께 계획이 무궁무진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미친 듯이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한 분야에 잘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며 지냈다. 내가 확신이 생기고, 맞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 길을 택하고 당당하게 걸어나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 내가 잘못된 선택은 한 건 아닐 수 있단 두려움에 휩싸이는 순간은 늘 존재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조금 더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튀지 않고, 정해진 길을 잘 가다 보면 성공이 온다는 게 어쩌면 덜 힘을 들여 성공의 고지에 진입할 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른들이 그렇게 이야기한 건 아닌지 싶다. 20대에는 젋음의 패기로 응원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30대에 들어서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았었다. 나이도 있고 이제 정착하고, 돈도 모아야 하며,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패기가 넘치던 20대와는 다르게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았다. 또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소개를 하기보단 내가 걸어온 길을 해명을 하고 이해를 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깨어있다고 생각했던 나도 사회의 흔적과 결을 타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옅은 색안경을 다시 끼기 시작했다.
아마 남산을 타기 시작할 때쯤 사회의 색안경을 막 끼고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것 같다. 혼자 생각에 잠기고 내 삶을 되돌아보면서 잠시 남산 정상에서 쉬어갈 때쯤이면 수많은 인파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다. 같은 정상에 있어도 올라온 이유나 목적은 늘 다르기에 누구든 올라온 자는 박수를 받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내가 선택한 길이 맞고 안 맞고의 신경을 덜 쓰기 시작했다. 그저 내가 결정을 했고, 그 길을 달리기 위해 온 힘을 다 했다면, 그 결과가 어떠하던 틀린 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잡혀있는 사회의 틀을 깨고 다시금 용기 내어 오늘도 크게 한 걸음을 내딛어 본다.
세상의 잣대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창창한 대기업을 포기하여 꿈을 이루기 위해 배우에 도전하기 하고,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의사가 되기도 하며, 단순한 일을 하면서 본인이 하고픈 일을 하나씩 일구며 나아갈 수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삶을 살았던 수많은 지인들이 이야기를 듣고 수집하며 느낀 점이지만, 인생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를 이룰 때는 어떠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간과했다면, 남산 정상에서 다시 사회의 틀을 깨고 나 또한 나만의 길을 힘차게 걸어 나가려 한다.
나는 깨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깨진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내가 나아감에 있어 큰 밑거름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