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을 내딛는 작은 용기
200번의 남산 오르기를 앞두고 주 2회 이상 꾸준히 오르면서 글도 쓰며 올해 목표한 일에 다가가기 위해 너무 서둘렀는지 몸에 탈이 났다. 하루 또는 최대 이틀이면 술술 털어버리고 정상괘도를 달리던 나와는 다르게 위장 문제로 몇 일째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치 높은 정상을 앞둔 마지막 베이스캠프에서 여러 상황으로 오르지 못하고 단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답답함으로 속이 더 아프게 하는 듯하다. 출, 퇴근을 하며 오르지 못하고 있는 남산을 바라만 보고 있지만, 그래도 남산을 오르던 초창기와는 다르게 계단을 타고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체력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준비를 해본다.
작은 발걸음의 변화
일이 바쁘고 특히나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남산 오르기가 정말 쉽지 않다. 주말의 경우는 대중교통을 타고 남산 초입까지 가는 그 여정 또한 도전에 강도를 높인다. 억지로라도 몸을 이끌고 남산 초입에 도착하여 5분 정도 걷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남산 정상을 보며 걸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돌이켜 보면 많은 일들 속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출근하기 위해 일어날 때 5초만 참고 버티고 일어나면 그 이후는 더디지만 순조롭게 출근 준비를 하게 된다. 운동량이 부족하여 실내 자전거를 탈 때면, 50kcal만 빼보겠다고 페달을 돌리다 보면 400kcal을 넘긴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에 앉아 있음에도 한 단어도 떠오르지 않아 막막함에도 무작정 5 문장을 억지로라도 쓰다 보면 하나의 주제를 찾고 짧은 글이 완성된다. 무언가 하기 위해 내게 제일 필요한 건 큰 동기도 의미도 아닌, 그저 작은 발걸음의 용기가 아닐까?
얼마 전 친구가 살고 있는 시골에서 추운 날씨 속 몸을 녹이기 위해 화로에 불을 붙이기 위해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흩날리는 비에 바람까지 화로에 불을 붙이기 위한 어떠한 여건도 허락되지 않았다. 친구들을 바람막이 삼아 작은 신문지에 불을 붙이고, 화로 안 신문지와 박스 그리고 나무에 불이 잘 옮겨 붙게 바람을 조절해 가면서 일정 시간이 지나니 추위를 잊을 정도의 화로가 되었다. 멍하니 불을 바라보다 보니 원대한 꿈과 멋진 동기부여, 그리고 절대 지지 않는 강한 정신력만을 외치던 나의 생각에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 빠져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위에서 말한 꿈과 동기, 그리고 정신력도 어떠한 일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에 불이 붙고 화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점화를 도와주는 작은 불꽃이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어떠한 일을 실행하지 못하거나 쉽게 포기했던 나의 과거를 돌아봤을 때, 난 이 작은 불꽃이 없거나 점화가 되기 전 그 짧은 시간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조급했다. 나만의 화로 안에는 모든 준비가 맞춰져 있었음에도 유지하려는 작은 용기가 없어 금세 포기하고 새로운 화로를 찾기도 했다.
상황을 떠나 그저 묵묵하게 정상을 찍고 인증 사진을 남기겠다고 반복적으로 실행했던 나의 단순한 행동은 나에게 작은 용기를 주기에 충분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용기를 얻기까지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는 분명 있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시도해 본 결과, 정상을 찍기 위해 필요한 5분을 버티는 힘과 용기을 얻기 시작했다. 작은 용기에 더불어 전보다 강해진 추진력과 회복된 자신감도 내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이젠 하고자 하는 일에 멋진 청사진을 만들고 홍보하지 않기로 다짐하였다. 그저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목표의 고지를 도달하기 위해 버틸 수 있는 그 짧은 용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노력하려 한다. 뜨겁게 화로를 태울 그 순간을 기대하며 오늘도 그 작은 용기를 내어본다.
나는 용기를 얻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딛고 짧은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용기는 정상을 오르기에 충분한 힘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