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에서
봄숲을 찾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노랑턱멧새 나뭇가지 끝에서 노래하면
나는 천천히 잔돌들이 울퉁거리는
숲길을 걷는다
흙이 부드러워진 골짝에는
계곡산개구리 흐르는 물에 알을 낳고
도롱뇽은 물속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신나무 가지에 푸른빛이 돌고
산벚꽃 화사한 하루
콧노래 흥얼거리며 햇빛 좋은
바위에 앉아 아무것이나 헤아린다
현호색, 너도바람꽃, 큰괭이밥, 금괭이눈
신갈나무 겨울눈 벗는 소리
고라니 봄순 뜯는 소리
야광나무 꽃 봉오리 부푸는 소리
멧돼지 지렁이 찾아 낙엽 뒤집는 소리
마음 급한 유혈목이 물을 찾다
화들짝 놀라고
숲을 찾은 아이들은 생강나무 새잎 같다
나도 덩달아 봄 숲에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