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길가에 오동나무 싹 여러 그루가 한 무리가 되어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공사하느라 뜯어낸 보도블록 아래 모여 있던 오동나무 씨앗들이 햇빛을 받으며 한꺼번에 싹을 틔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여러 개체가 누군가에 밟혀 줄기가 부러지거나 잎이 찢겨 있었습니다. 이 공사장은 앞으로 일 년 정도는 더 계속될 텐데 공사가 끝날 때까지 오동나무가 살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식물의 세계에서는 어리다고 보살피고 봐주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노리는 녀석들이 더 많을 뿐입니다.
식물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몸에 가시를 달거나 천적들이 흥미를 잃을 만큼 맛이 없거나 독특한 냄새를 피우기도 합니다.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런 식물의 생존 기술을 몸에 지니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식물은 천적이나 경쟁자가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까마득한 절벽이나 황무지 같은 곳에 자리 잡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은 나만의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사는 것이 조금 힘들어도 생존과 발전이 어느 정도 보장된 곳이라면 나를 투자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역 입구의 유리창 너머에서 자라고 있는 오동나무를 보았습니다. 오동나무는 사방이 유리로 막혀 있어서 어떤 생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고 자라고 있었습니다. 유리가 온실 역할을 해 겨울에도 따스할 것입니다. 어린 나무지만 줄기도 곧게 자라고 잎도 적당히 큰 것이 지금 환경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저 나무의 미래가 심히 걱정 되었습니다. 오동나무의 미래가 전혀 밝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을 잘 살펴보면 나무의 위쪽에도 지붕처럼 유리가 덮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동나무는 키가 15~20미터까지도 자라는 나무입니다. 그런 나무가 높이 1미터 남짓의 공간에서 어떻게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요? 지금 잠시 어렵다고 미래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조금 어렵고 힘들어도 멀리 보고 큰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게 우리의 답안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