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망친 돌고래 ep.7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집을 나와야 하는 이유가 몇 가지 더 늘어났다는 것 외에는. “시집가기 전까지 절대 떨어질 생각 없다.”던 엄마를 뒤로하고 집을 나왔다. 몇 평쯤 되었을까. 싱글 침대 하나, 낮은 선반 하나, 행거 하나를 넣자 꽉 차던 공간. 그 조그마한 원룸에 혼자 몸을 뉘었던 첫 날밤이 너무도 생생하다. 독립과 행복은 같은 뜻일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웃음이 나올 리 없지. 집에선 아무것도 막아주지 못했던 이불마저 이상스러울 정도로 포근했다.
그럼에도 딱 하나. 체한 것처럼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엄마와 오빠가 단둘이 지내게 됐다는 것. 그 사실은 ‘혹시 나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불씨를 지폈다. 애써 눈을 감았다. 난 절대 엄마를 돕지 않을 거니까. 설사 둘 중에 하나가 맞다 죽어버린대도, 그건 내 탓이 아니었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소쿠리 안에서 함께 버무려지지 않으려면 외면 밖에 답이 없었다. 내가 지켜내야 할 존재는 오직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마음에서 엄마를 도려냈다.
독립하기 전, 지금의 신랑과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던 때. 나는 그의 자취방에서 자주 잠들었다. 회사 워크숍 일정으로 방이 비었던 날에도 “빈 집에서 왜 혼자 자냐.”라며 말리는 그에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홀로 잠을 청했다. 먼 길을 걸어 우리 집 앞에 바래다줄 때면, 내가 다시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참을 반복한 끝에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헤어지곤 했었다. 착하고 자상한 그는 "부모님 걱정하시겠다."라며 자꾸만 나를 집에 보내려 했고, 나는 "헤어지기 싫다."라며 떼를 썼다.
그는 몰랐을 거다. 내가 왜 주인도 없는 빈 집에 잠들고 싶었는지, 기껏 현관문 앞까지 옮긴 발걸음을 왜 다시 돌려대는지, 왜 그리도 헤어지고 싶지 않아 안달이었는지, 이렇게 쉴 새 없이 웃던 내가 저 문이 열리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