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을 가르치는 게 30대인가요?
마지막 모임이었어요. 언제나 마무리를 잘 하자, 하는 편이라 저를 일으켜 잘 닫으러 갔습니다. 제가 거의 막내인 자리라 뒤풀이에서 사람의 필로소피에 대해 논하다가 정말로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하였어요.
"우리 모두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말자, 이타적인 사람이 되자,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되자'라고 배우고 그걸 지향하지 않냐, 어떤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 그런 단점을 알면서도 고치려고 안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 고 질문하자
"굳이 고쳐야 하나?"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시인과 소설가의 예민함, 단어의 기민성이 그 사람의 퍼스널리티인데 그걸 굳이 고쳐야 하냐며, 그런 건 나쁘다 아니다의 관점이 아니라 맞는다 안 맞는다의 관점인 거다, 말을 직설적으로 해도 상처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넘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런 사람을 찾으면 된다, 구요. 그런 걸 사회화를 위해 고치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스트레스받겠냐구요. 상처받는 사람들이야 안 만나면 그만이고,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이 되면 그런 것에 쏟을 기력이 없게 되니 그저 나 자체로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셨어요. 저도 늙으면 그렇게 될 거라며, 야 너도 늙어봐, 하셨습니다.
아니요, 그러나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 어른이라면 되지 않겠어요.
어른이라고 해서 다 찌들 필요는 없죠. 찌든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정당화하는 것이 어른이라면
저는 그런 어른은 되지 않겠습니다.
나한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네 잘못이라며 탓을 하고 멀리하는 게 어른이라면 저는 그런 어른은 되지 않겠습니다.
세상에 그런 어른 너무 많았지만, 반면교사로 삼아왔지 롤모델로 삼지 않았어요. 그들의 합리화 또한 받아들일 생각도 없습니다.
내가 예민하다고 해서 단어가 뾰족하다고 해서 그걸 일상생활에서 남에게 휘두를 필요는 없지요. 특히 가까워진 사람, 곁에 있는 친구와 가족에게 난 원래 고슴도치야, 내 옆에 있으려면 네가 감당해, 라며 찌르는 것은 이기적이고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막 대하는 건 옳지 않고 우리 모두 그렇다고 배우잖아요. 인생은 언제나 스트레스고, 나만 그걸 안 받기 위해서 맞는 사람만 찾아 나서는 것은 사실 스스로 입맛대로 자처한 고립일 뿐이잖아요.
작가의 기민함이 일상 대화에서까지 쓰일 필요는 없지요. 내가 예민하다고 무던한 다른 사람을 점수매기고 멀리하고 검열할 자격도 없죠. 그건 오만인걸요.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사기치고 사람을 속일 필요는 없듯이요. 그건 다른 문제 아닌가요?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닌 듯해요. 그런 것 또한 정당화될 수도 없고요.
사람은 누구나 나쁘고, 나 또한 누군가가 싫어할 수는 있다, 맞는 사람은 어딘가에 있다,는 그런 문장들이 해석되는 방향이 본인의 편리를 위해서는 아니었으면 합니다.
누구에게나 서사가 있죠.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도 가족에겐 다정할 수 있고 좋은 아빠고 소중한 자식일 수 있죠. 어떤 곳에선 멋진 선배일 수도, 착한 동네 청년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그저 편파적인 평가입니다. 그 집단 밖의 사회에서 그 사람 자체를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잘못은 명백하고, 나쁜건, 나쁘다고 해야하는 겁니다. 아무리 가까워도, 혹은 가까울수록 더요.
저는 그런 서사를 알고 싶지 않아요, 범죄자에게 어떤 슬픈 배경이 있는지 알아야 할 이유도,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아요.
서사가 어떠하든 우린 타인에게 유해하지 않을 책임이 있어요. 그걸 단순히 자조적으로 불법만 아니면 돼, 맞는 사람들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사람은 언제나 양면적이야, 누구나 나쁜 사람이야,라고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당신은 좋은 사람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어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합리화하여 얹어갈 생각 말아요. 모두 개선에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쉽게 얻으려고 하지 마세요.
사람이 아무리 다면적이어도 절대적으로 침범할 수 없는, 윤리적인 문제들은 분명히 존재해요. 그게 절도나 범죄가 아니어도, 지금은 처벌받지 않는 잘못이어도.
가벼운 거짓말 자체는 처벌할 수 없죠. 하지만 추천할 수도 없어요. 나쁜걸 나쁘다고 말 할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이 상황에선 할 수도 있지'로 생각하는 것(당사자의 뻔뻔함)과 '해서는 안되지만, 그럴 수도 있었겠다'(상대방의 이해)는 다른 거잖아요. 상대방의 이해를 잘못 당사자가 얘기할 수는 없어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은 당사자가 아닌 상대가 해줄 때의 말인 듯합니다.
우리 모두 무단횡단을 해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도, 최소한 그걸 좋다고 추천해 주는 사람은 아니길 바라요. 특히 동생에게 라면 더욱 더, 저는 너희는 이런 거 하지 마라가 아니라 '다들 그래'라는 말로 면죄부를 주는 사람이고 싶진 않습니다.
혹시 이런 게 어른이라면 저는,
어른 말고 윤리적인 사람이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