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 카페 아레볼
방학이 되어 어디에 갈까 생각하다 결국 가는 곳은 카페다.
맛난 것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보다가 지루해지면 게임도 할 수 있으니까.
그곳에선 웬만해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엄마까지.
이번에 간 곳은 층마다 꽃나무들이 보이는 <아레볼>이라는 카페에 다녀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굉장히 가파른데 눈이 많이 내린 날은 위험할 수도 있겠다.
나는 통창을 좋아하는 데 딸이 나무와 함께 느낌을 잘 살린 통창 사진을 찍어줬다.
항상 엄마를 위해 따뜻한 톤의 사진을 건네는 딸이 고맙다.
자리도 많고 엘리베이터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오전 11시까지 할인도 되어 아이들과 이른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었다.
모두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
다르지만 매번 주문은 같다.
초코라테, 스무디, 카페라테.
이번에 읽은 책은 신한균 사기장의 [우리 사발 이야기]라는 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해 준 책인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지루하지 않고 책장이 잘 넘어갔다.
우리나라는 사발로 쓰이는 물건들이 일본에선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어깨 뽕!이었다가 다시 그 어깨가 축 늘어졌다.
우리는 그 문화재를 빼앗기고 지키지 못했으니 말이다.
부산에 무역을 위해 개항 후 왜관요가 완성된다. 이곳에서 사발을 만들 수 있도록 일본이 간청하게 되고 1639년부터 가마를 만들어 사발을 생산한다.
재료는 모두 조선에서 공급하고 이곳에서는 일본 기술자와 조선 사기장들이 생산하게 된다.
간청을 해서 만들어주고 알려줬더니 왜놈들은 참으로 간사하다.
신하균 사기장은 현재 양산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평산마을 근처에 '신정희 도예'는 그의 아들 신하균 사기장이 운영하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에 가끔 평산책방 책방지기가 등장한다.
나중에 책방에 갈 때 꼭 들르리라 다짐했다.
이 책에는 사발의 제조과정도 실려 있다.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과 정성은 오래도록 머물러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흙을 빚는 우리 민족의 숭고한 정신이 깃들여진 것이다.
양산 약토 사발 : 전체적으로 유약이 노랗게 발색한 약토 유약으로 빚은 사발을 의미합니다. 전 부분을 약간 젖혔으며, 깎은 굽에서도 선적 경지에 몰두한 조선 사기장의 신성한 작업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p196
도록처럼 사진도 많다.
아래 가운데 사진은 조선 사발의 사금파리와 비교한 주문 양산 사발의 사금파리다.
오른쪽은 부산 사발인 어본 헌열 다완과 양산 법기리의 사금파리, 왼쪽은 양산 거친 아리랑 굽사발, 백자 계통의 사금파리 사진이다.
책의 중반이 넘어가면 제기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일본의 국보 사발은 조선의 제기라고 시작하는데 일본에서 명물이 된 황태옥 사발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제기였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사실에 놀라게 된다.
조선 공예의 미는 꾸미지 않고 최대한 자연미를 살린 건강한 아름다움이라고.
p287
일본의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사람이 우리 조선 공예의 미를 '애상의 미'라 정의했다고 한다.
창조적 장인 정신으로 만든 사발을 막사발로 불리니 가히 슬픈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읽고 좀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전각을 시작하면서 돌을 찾아 여기저기 다녀보는 게 재미있었다.
처음엔 인사동 필방을 찾아다녔는데 어느 순간 여행을 떠나 차를 타고 가면서 석재가 쌓여 있는 곳을 보면 내리고 싶어졌다.
저 돌들은 어떻게 운반했을까? 어떻게 잘랐을까? 또 어떤 칼로 새겼을까?
흙도 마찬가지다.
도자기를 만들 재료, 흙을 찾아서 필자 역시 이곳저곳 소개한다.
흙뿐만이 아니다.
불은 또 얼마나 중요한가?
칸불을 통해 불때기로 들어간다고 한다.
한순간 장작 하나로 모든 것이 실패로 끝날 수도, 명품을 탄생시킬 수도 있는 찰나의 세계입니다. 칸불이란 도자기가 들어 있는 칸에 때는 불을 뜻합니다. p356
불의 온도가 1,000도 이상 올라간다고 한다. 그 뜨거운 불 앞에서 휘적휘적 젓기도 하고 재가 되도록 기다리기도 한다. 미세한 손놀림과 오랜 시간의 기다림을 통해 작품이 탄생하지만 또 아니다 싶은 작품들을 가차 없이 깨버린다.
사금파리 조각들을 볼 때마다 저 아까운 걸 어떻게 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유 물 항아리는 정말 예뻤다.
다양한 도자기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설명을 볼 수 있어 이 책을 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책인데 새책 정가보다 2천 원 싸게 샀지만 만족한다.)
불을 때우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그때까지 이 책을 다시 정독해서 읽어보련다.
이번 호로 30화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위해 카페를 찾아갔는데요.
오롯이 나만을 위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