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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Dec 24. 2024

신들린 게임과 개발자들

김포 카페 히즈브런치


아주 오랜만에 만난 성당 교우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멀리 가는 것도 괜찮다. 

좁디좁은 동네에서 누가 무슨 커피를 누구와 함께 마시더라가 금방 퍼지니까. 


김포 한강도시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논밭이 가득한 동네가 있다.

그곳에 위치한 이 카페는 초행길이면 찾기 힘들 듯하다. 

눈이 와서 약간 질퍽한 땅을 걸어서 가는 것은 무리다. 

겨우 주차를 하고 카페로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같이 간 분이 작은 선물을 건넸다.

털모자 안에는 달달한 초콜릿이 담겨 있었다. 뜨개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굉장히 귀여웠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제일 먼저 도착한 분이 떡볶이와 파스타를 시켰고 후발자로 온 이들이 피자를 시켰다. 

토마토소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피자만 우적우적 씹었다. 




이곳은 라테 맛집이었다. 

라테가 기억나 한 번 더 오고픈 카페였다. 






이 날 가져간 책은 읽을 수가 없어 사진만 찍고 왔다. 

다른 분들이 잠시 화장실을 갔을 때 펼쳤다가 익숙한 단어들이 보여 반가웠다. 

예전 직장인 시절이 생각나서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용어들이 반가웠다. 

일상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단어들이었기에 눈으로 텍스트를 보고 입 밖으로 소리를 냈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시절을 보냈다. 


프로젝트 오픈을 앞두고 주말이 없었다.  그걸 요즘엔 '크런치 모드'라고 하는구나. 

프로젝트 오픈 일 전 집중모드로 일할 때를 말하는데 나 같은 경우 보통 설이나 추석명절 연휴가 끝난 다음 영업일이나 크리스마스를 앞둔 월요일이 오픈일이었다.

빨간 날 나와서 일하라는 꼼수다. 

지금은 그렇게 일을 시키게 되면 대체휴무를 주는 듯하다. 

아직 그 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을 보면 확실히 요건이 괜찮아졌다.


바야흐로 몸과 마음이 갈려 나간다는 크런치 모드 기간이었다. 고생했다며 먼저 퇴근 준비를 하는 본부장에게 진작 물었어야 할 질문을 하였다. 
"야근수당 있나요?"
"우린 포괄이야." p21


개발자들에게 야근수당이라는 것은 없었다. 연봉만 있을 뿐. 

퇴직금까지 포함되어 월지급되는 곳도 있었다. 

프로젝트는 PM의 성향에 따라 일은 많아도 일하기 편한 프로젝트가 있고, 일이 적어도 힘든 프로젝트도 있다. PM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Project G'는 게임 속 캐릭터도 윗선에 따라 바뀌는 게 많았다. 

능력이 안 되는 자가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아랫사람들이 갈려 나간다.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부적을 유료 아이템으로 팔기도 한다. 

프로젝트를 위해 '굿'을 하려고도 한다. 


나는 그 시절 개발했던 것은 응용시스템이었다. 업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했었다. 

듣기론 게임회사 프로젝트는 정말 사람들이 갈려나간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시접속해서 서버가 뻗기라도 한다면 그 많은 유져들의 원성을 다 받아야 할 테니 밥만 먹고 게임을 하고 테스트하고 또 돌리고 했을 것이다. 

으, PTSD. 크크. 

개발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이유 없이 안될 때와 이유 없이 잘될 때다. 특히 잘 되면 괜히 불안하다. 

에러 잡는 게 그들의 할 일이고 매끄럽게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이 소설에 대호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내가 일할 때에도 대호라는 과장이 있었다. 

수학과를 나와서 쿼리를 예술적으로 짰던 전설적인 DBA.

부족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쿼리로 다 메꿨던 사람이다. 

그때 당시 다시 학부 전공을 택한다면 수학을 택하겠다는 개발자들이 많았다. 

전산수학도 제대로 못했던 자들이. (나도 포함.)


소설 속 개발자들은 몇 번의 크런치 이후 정리해고가 있을 것이라는 공지를 듣는다. 


정리해고 기준이 뭐죠?
인사 평가 AI가 판단해 줄 겁니다. p129


어느 곳에든 AI가 묻지 않은 곳은 없다. 

제일 먼저 적용됐을 곳이 프로그래밍 쪽일 것이다. 

검색하면 코딩 내역까지 내주던 구글링이 AI의 시작이었을 수도. 


예전에 게임을 하기 위해서 CD를 구동해야 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만 된다면 파일로 다운로드하면 되지만 그때는 CD 없이 게임을 하기란 힘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작가의 구직란이 있었다. 

개발한 경력과 프로젝트 경력 기술서. 

개발하면서 글을 쓰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을 것이다. 

이 작품을 내줘서 고맙다. 

소외된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풀어줘서 고맙다. 





다음 주(12월 31일) 연재는 연말 연휴로 휴재합니다. 

5개월 전 세워놓은 여행을 이제야 가봅니다.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연휴 잘 보내시고 2025년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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