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설문동 카페 떼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다.
각자 바쁜 일정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눴다.
그리고 헤어진 후 나는 작업할 곳을 찾았고 그곳이 이 카페다.
고양시 설문동에 위치한 <카페 테오>는 북설문 IC를 빠져나가는 길을 지나면 바로 왼쪽에 보인다.
이 카페를 가기 위해서는 유턴을 해야 하는데 차가 많을 경우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무사히 카페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계단을 올라가면 카페가 나온다.
카페 주인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다양한 물품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냈다.
트리와 작은 쿠션들이 12월임을 알리는 듯했다.
아쉽게도 방문한 날, 오후 4시 30분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했다.
카페의 사정이라고 하니 50분 남짓 남은 시간 동안 차를 한 잔 마시고 책을 읽기로 했다.
찬찬히 둘러보면 더 좋을 것 같은 카페다.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조금 더 늦게 닫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날.
오늘은 오전에 라테를 마셨기에 이곳에서는 페퍼민트루이보스티를 마셨다.
화한 '치약'향이 올라왔다.
오늘 읽은 책은 보린 작가의 [큐브]라는 장편 소설이다.
책이 나오기 전에 가제본을 받아 책표지가 흑백이다.
교실에 엎드려 있던 연우 앞에 홀로그램이 보인다.
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
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잠이 쏟아지고 일어나면 먹을 것과 모든 것이 리셋되어 있다.
친구들이 연우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보인다.
연우는 큐브 안에 갇혀 있다.
밖을 내다보다 문득 위화감이 든 이유를 깨달았다. 어둠이었다. 큐브 안은 언제나 환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둠이 내린 밤거리가 부피감을 납작하게 눌러 놓은 흑백사진 같았다. p43
깨어난 연우의 시간은 흘러 1년이 지났다.
현실에서의 연우는 실종된 상태였고 친구들은 취직했다.
가족은 연우의 정신상태가 걱정되어 병원에 가 각종 검사를 한다.
연우와 친구들의 대화가 재밌다.
문어는 알 낳고 나면 죽는다? 새끼들이 부화하면 스스로 죽어 간다고 하더라고. 아무것도 안 먹고 자기 다리도 막 잘라 내고.
문어 머리가 좋은 거래. 혼자 커야 돼서. 집에서 키우면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도 알아본다더라. p63
연우는 해고니에게 고백하려고 하지만 그 앞에 젤리 곰이 나타난다.
연우에게만 나타난 걸까? 정말 연우는 괜찮은 게 맞을까?
흥분해서 떠드는 목소리, 웃음소리, 주문하는 소리, 왁자한 소음 속에서 연우는 손가락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가 손이 부드럽게 얽혀 들자 이내 손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해고니 웃음소리가 들렸다. p87
한강작가의 책 속에 이탤릭체가 나온다. 출판사 대표는 그 문장들은 환각,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 소설 역시 젤리곰의 말은 이탤릭체로 나오는데 어쩌면 연우의 환상이 아닐까?
그러기엔 젤리곰이 연우에게 좋은 아이템을 선사한다. 덥지도, 숨이 가쁘지도 않게 해 주니까.
큐브가 처음에는 정사각형 안의 공간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의미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장난감 큐브가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풀지 못했던 장난감. 어쩌면 풀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어떤 무늬가 큐브의 가장자리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큰 무늬 끝에 작은 무늬가, 작은 무늬 끝에 더 작은 무늬가 이어졌다. 점점 더 작은 크기로 반복되는 프랙털처럼 보였다. p101
작을 것 같은 큐브는 연우의 몸을 감싼다.
큐브, 젤리 곰.
굉장히 귀여운 소재다.
이 소재가 연우를 초조하게 만들고 긴장하게 한다.
젤리곰이라는 캐릭터는 'T'임에 틀림없다.
맞는 말을 뼈 때리면서 한다.
연우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해고니에게 말하자, 해고니는 슈퍼히어로 같다고 한다.
나는 이 장면이 참 예뻤다.
자신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생겨서 그걸 여자친구에게 말하니 여자친구는 부럽다고 한다.
알콩달콩하는 모습이 여느 연인과 다르지 않아 귀여웠다.
해고니가 말하면 세상이 해고니 목소리로 가득 찼다. p124
사랑에 빠지면 눈에 뭐가 씐다고 하더니 참말인가 보다.
귀까지 먼 것 같다.
나도 이랬던가?
흠. 생각이 나질 않는다. -_-a
암튼, 이 소설은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가 성인이 된 후에도 만남을 이어가는 친구들과의 우정도 엿볼 수 있었다.
나도 젤리곰이 갖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하며 책을 덮었다.
예전에 철원에 갔을 때 두루미를 보았다.
금방 따뜻해져 많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까지 철새를 볼 수 있었던 곳일 것이다.
이제 이들이 찾아왔다.
진짜 겨울도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