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 - 키워드 : 습관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습관이다. 의도적인 노력은 아주 일부분이다. 해마다 1월 1일에 세운 목표가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의도적인 노력이 들어가면서 의지가 소진되어 버린 것이다. 총량이 존재하는 의지를 현명하게 쓰는 법, 그러면서도 자동적으로 흘러가는 우리의 일상을 의미 있는 일로 채우기 위해서는 좋은 습관이 필요하다.
4시에 눈을 뜬다. 한 달에 한두 번 5시쯤 일어날 때도 있지만 만 3년이 된 모닝루틴은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일어나 바로 세수를 하고 요가 매트에서 태양경배자세를 5~10번쯤 한다. 횟수는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살짝 몸에 열이 나면서 정신이 맑아진다. 이제 냉장고로가 마스크팩을 하나 가져와 얼굴에 얹어놓고 명상 앱을 켠다. 10분짜리 프로그램을 켜놓고 주로 호흡명상을 한다. 사실 명상은 아직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다. 좋다니까 좋겠지 뭐... 몇 년이 걸려도 되니 명상이 내 머릿속 원숭이를 잠재울 수 있길 기대한다. 명상앱 속 내레이터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지금 여기에 있어보려고 한다. 어느새 정신은 아침밥 걱정을 하고 있다. 몇 번 나가버린 정신을 책상 앞으로 끌고 오면 10분 명상이 끝난다. 명상이 끝나고 확언을 한번 입으로 주문처럼 불러낸 후 플래너에 하루 계획을 짠다. 이후 5분 정도 걸리는 아침일기를 쓰고 나면 4시 40~50분 정도가 된다. 이후 5시 25분까지 원고 쓰기를 진행하고 나서 함께의 장으로 들어간다. 이룸모닝루틴, 매일 아침을 함께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 눈운동 독서부터 같이 진행한다. 이후 6시 30분까지 아까 하던 원고 쓰기를 진행한다. 시간을 쪼개 하루를 알차게 시작하기 위한 루틴을 가진다. 이후 평범한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을 하고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하는..
내 모닝루틴이 너무 쪼개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명상에 독서에 원고 쓰기... 아침 시간은 스스로의 약속이다. 하고 싶은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꿈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하루 중 가장 명료한 시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내 세상에서 작은 꿈을 키운다. 작은 꿈이라고 성취가 작지는 않다. 11월 1일부터 주중에 독서마인드맵 그리기에 대한 책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1월 4일 오늘 마지막 본문을 끝으로 초고를 완성했다. A4사이즈 폰트 10, 80장이다. 주중 새벽의 한 시간 동안 만든 성과다. 그냥 잠을 잤어도 흘러갈 시간이었다.
비교적 실행력이 좋은 편이고 루틴설정을 잘하는 나에게도 하루의 일상을 완전히 망쳐버릴 수 있는 결점이 있다. 바로 안락의자와 휴대폰이다. 가끔, 특히 연말에는 소진된 느낌과 함께 퇴근 후 힘이 없다. 잠시 후 운동을 다녀오고 몸까지 한층 더 나른해질 때! 이때가 위험신호다. 내 책상 뒤에 마련해 놓은 누을 수 있는 안락의자에 앉는 순간 새벽부터 쌓은 공든 탑은 무너진다. 안락의자에 앉아 의미 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열정도 없고 기쁨도 없는 무표정의 나와 질주하는 손가락만 있다. 휴대폰에서 남의 일상을 훔쳐보는 나는 인격이 보통의 나와 다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때는 딸의 엄마를 향한 종달거림도 귀찮다. 그냥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는 사이 놀랄 만큼 시간이 흘러가버린다.
'내일 아침준비도 안 했는데... 책도 하나도 못 읽었는데... 다이어리 하나도 못썼는데... 이것도, 저것도...' 이렇게 되면 여기서부터 하루의 마무리가 삐뚤어진다. 마음이 이미 망가져버려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를 끝도 없이 괴롭히고 자칫 곁에 있던 딸에게까지 상처를 준다. 이런 사이클에 들어서면 답이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잠을 자는 것뿐이었다. 아직도 고전 중인 이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 멀쩡한 의자를 버릴 수는 없고... 지난주 안락의자를 다른 방으로 옮겨버렸다. 나쁜 습관을 제거하기 위해 근원을 제거해 버렸다. 너무 피곤하면 잠시 쪽잠을 자거나 그렇지 않으면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일상의 자동화를 꾀하기 위해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나쁜 습관을 제거하는 노력을 하면서 하나씩 다시 좋은 루틴을 삶에 적용하며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좋은 루틴이 자동화되면, 즉 습관이 되면 꿈을 이루기 위한 무기를 장착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반드시 꼭, 기록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 지금까지도 기록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 시작에 힘이 들어가고 끝이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었다. 한 달의 계획은 열심히 세우고 한 달의 성찰은 흐지부지 안 하고 그냥 넘어갈 때가 많았다. 일주일의 계획은 세우지만 일주일을 되돌아보면서 각 기록을 필요한 노트에 정리하는 것은 귀찮아했다. 하루의 계획은 신이 나서 세우지만 하루 끝에 하는 성찰이나 일기는 아주 간단하게만 적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시작만 하고 맺음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기록은 기록으로의 가치를 잃었다. 이번 연사를 쓰면서 느꼈다. 분명히 있었던 일이나 있어야 할 곳에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넣지 못한 기억들은 희미해져 사용할 수 없었고 그보다 더 많은 기억은 잊어버렸다는 인식도 없이 사라졌다. 독서기록조차도 제대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다시 쓸 수가 없었다. 기록은 행위 자체의 가치도 있지만 나중에 활용하기 위한 용도가 충족되어야 기록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원래 있던 습관에 새로운 루틴을 붙이는 방법, 짝지어진 일은 훨씬 성공하기 쉬워진다. 생각보다 들이고 싶은 습관을 잊어버려서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초반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잊지 않을 수 있다. 예로 밥을 먹고 바로 양치하는 습관을 보자. 식사는 끼니때가 되면 늘 하는 일이고 거기에 붙여진 양치하는 루틴은 짝지어지고 얼마간만 세트로 행동하면 곧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습관이 된다. 이번에는 밥 먹고 양치하는 습관에다가 설거지하는 루틴을 붙이면 밥 먹고 양치하고 설거지하는 세트 습관이 보다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형성될 수 있다.
이미 가진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나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데는 성찰이 필수다. 어떤 습관이든 변화한다. 그 방향이 올바른지 판단하고 지향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습관에는 특히나 자주 성찰을 해줘야 한다. 매주 제대로 되고 있는지, 너무 과해서 힘겹지는 않은지 적절한 적용을 고민해야 한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은 매달 발전적인 상태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습관은 자동화다. 자동화에는 생각이 생략된다. 생각의 생략은 관성을 만든다. 관성적인 행동이 아니라 좋은 습관이 되려면 매달 갈고닦아야 한다. 나쁜 습관도 마찬가지다.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나쁜 습관이라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며 좋지 못한 영향들이 쌓이게 된다.
우리의 일상은 습관으로 이루어진다. 이미 익숙해진 습관을 유지하고, 고치고 그리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과정이 일상의 모습으로 모아진다. 그 습관의 방향이 우리의 삶과 꿈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