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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의 진주, 아마스라(Amasra)

아스라이 기억날 마을, 아마스라

by 담소

흑해를 끼고 있는 튀르키예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알려진 '아마스라(Amasra)'를 방문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마을 답게 마을 이름도 아름답고 달콤하다.

Kemere-bridge-1024x656.jpg 아마스라(Amasra)

우리는 아마스라로 가는 길에 시골 마을의 이름난 빵집 “odun ekmegi”을 들러가기로 했다.

빵집 규모가 무척 작은 곳에서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혼자서 빵을 만들고 판매도 하고 있는데 종류와 양도 많지 않다.

먼저 피데 하나를 사서 조금 뜯어 먹어보니 지금까지 사먹던 피데와는 다르게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아주 일품, 바로 다시 들어가 두 개를 더 사가지고 나왔다.

빵을 잔뜩 사들고 나오는데 마음이 아주 풍족하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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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의 베이커리

오늘 우리가 머무는 마을 '아마스라(Amasra)'는 섬(Island)이다.

두 개의 섬으로 된 마을인데 큰 섬은 'Büyük ada(위대한 섬)'이고 작은 섬은 'Tavşan adası(토끼 섬)'이라 불리며 큰 섬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섬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좁은 돌다리를 건너 성문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DSC02533.JPG 본 섬으로 들어가는 케메르 다리 kemere bridge


원래는 Sesamos라는 이름을 가졌던 아마스라는 기원전에 설립된 도시로 이곳에 머물던 페니키아 선원들이 고기를 잡으며 오랫동안 상업활동을 했던 마을이다.

이 마을의 이름 Amasra는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 3세의 아내 이름인 'Amastrist'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Amasra는 깨끗한 해변과 잔잔한 바다 그리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외에도 헬레니즘, 로마, 비잔틴, 제노바 및 오스만 시대의 많은 건축물이 보존되고 있으며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임시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1460년 오스만의 'Fatih Sultan Mehmet'은 피 흘리는 전투 없이 이 도시를 점령하고 아름다운 아마스라 풍경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곳을 '세상의 이목을 끄는 사과 같은 곳(“Çeşm-i Cihan – the apple of the eye of the world")'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그 영향이었을까?

아마스라는 결국 1940년 튀르키예 최초의 관광도시가 되었다.


Amasra는 흑해 연안의 전형적인 기후를 보이고 있는 곳으로 사계절 내내 비가 내린다는 곳이다.

일 년 중 1/3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 곳이니 날씨가 맑은 날을 택해 여행 오기가 힘들다고 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 우리가 방문한 9월부터는 가을장마철이라 비가 가장 많이 오는 달이라고 하는데 다행히도 우리가 방문한 오늘 아마스라는 더없이 화창한 아름다운 날씨이다.



아마스라에 도착은 했지만 우리가 머물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본토와 섬을 잇는 유일한 다리 'kemere bridge'를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다리는 아나톨리아(Anatolia) 본토와 보즈테페(Boztepe) 섬 사이에 있는 다리로 9세기, 즉 아마스라 성과 함께 비잔틴 시대에 건설되었는데 섬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은 오직 이 다리뿐...

이 kemere다리를 건너 좁은 성문을 통과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숙소였는데 자동차가 지나가기엔 다리와 성문이 너무 좁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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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성문

사이드 미러를 모두 접고도 양쪽이 고작 4~5cm밖에 여유가 없는 성문을 통과해야 했다.

아름다운 섬마을로 들어오는 '고된 신고식'이라도 되나 보다.

몇 번씩이나 사이드 미러를 살피고 조심 또 조심, 가슴 졸이며 통과를 했다.

그 당시 제노바 인들에 의해 건설된 성문을 그들은 왜 이렇게 유독 작게 만들었을까...

한 뼘만 더 넓게 만들어도 좋았을 것을....ㅠㅠ

자동차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일부러 좁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무사히 성문을 통과해 숙소에 도착해 친절한 주인을 만나 집 전체를 안내받고 보니 헐~~

이럴 수가!!!

과연 그런 어려움을 겪고서라도 찾아올 만한 숙소였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최고의 절경을 보여주고 있는 집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빼어난 풍경이 바로 창을 열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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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본 아마스라 전경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만 보고 있어도 아마스라의 모든 걸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말 평화스럽고 보석처럼 아름다운 마을이다.

오데사(Odessa)가 우크라이나의 '흑해의 진주'이고, 바투미(Batumi)가 조지아의 '흑해의 진주'라면 아마스라(Amasra)는 튀르키예의 '흑해의 진주'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숙소에서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쉬다가 서둘러 아마스라를 둘러보기로 했는데

이 도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가장 먼저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 박물관에서 1층 4개의 홀에서 전시를 하는데 육지와 바다에서 나온 유물들을 통해 아마스라의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었다.

3,000년의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아마스라 박물관에서는 오스만 시대는 물론 헬레니즘, 로마 및 비잔틴 시대의 청동 품목과 보석 그리고 다양한 조각품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박물관 외부에도 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흉상과 비석 및 과거를 거쳐온 다양한 시대의 특징들을 알 수 있는 대리석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었다.

나는 건축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지금 남아있는 아마스라의 건축 양식은 기둥의 상단 모양이 양두 모양으로 되어 있는 걸로 보아서 주로 이오니아의 양식인 것 같다.

간혹 도리아 양식도 눈에 띄지만 전해지는 대부분의 것들은 이오니아와 코린트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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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스라 뮤지엄

박물관에서 나와 번화가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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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iciler Bazaar거리이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이 좁은 골목에 수공예품의 가게가 잔뜩 들어서 있다.

회양목과 석회 나무가 유명한 이 지역에서는 세대를 거쳐 예술적으로 살아있는 지역 공예품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나무로 만든 가정 및 주방 용품들이 이 지역 장인들의 손으로 탄생되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알록달록 예쁜 색감으로 짠 수공예품을 비롯해서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한마디로 만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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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의 장인들은 빠르게 발달하는 현대화에 저항하면서 손수 만든 작품으로 이 마을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마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나무로 만든 예쁜 식탁 테이블 받침을 샀다.

성수기가 아닌 지금도 사람들이 많아 골목을 걸어 다니기가 어려운데 성수기 때에는 어떻게 이 좁은 골목길을 다닐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갑자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풍경소리와 같은 은은한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둘러보니 가게 지붕에 걸어놓은 장식품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였다.

바닷가 보이는 창문에 걸어놓으면 참 잘 어울리겠다 싶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니 싱싱한 생선들을 파는 가게가 많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바로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인 만큼 모든 생선이 무척 싱싱하다.

우리도 저녁거리로 가다랑어를 사서 숙소에서 구워 먹어 보기로 했는데 생선 손질이 쉽지 않아 망설이자 주인은 걱정 말라며 친절하게도 생선 손질을 깨끗하게 해 주신다.

생선가게 주인아저씨의 인상이 조금 무섭게 느껴져 부탁하기 어려웠는데 내 마음을 알고 계셨는지 한 마리만 사는데도 괜찮다는 주인의 친절에 기분이 무척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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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로 갓 잡은 싱싱한 가다랑어를 구워 피데와 함께 맥주를 마시니 상쾌함이 그만이다.

주변은 금세 어두워져 바다가 눈에서 사라지고 대신 그윽한 불빛이 하나 둘 나타난다.

소박한 저녁식사 메뉴지만 바닷가 마을의 아름다운 저녁 낭만을 즐기기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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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에서 이런 아름다운 풍경과 분위기를 느끼며 멋진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이 마을에서 단지 하룻밤만 머물다가는게 안타깝다.ㅠㅠ

멀리 마주 보이는 산 높은 곳에도 아름다운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밤이 되니 아름답고 고혹적인 불빛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산 중턱엔 별빛과 같은 잔잔하고 촘촘한 불빛이 수를 놓고 산 아래 바로 잔잔한 바다 옆 가로등과 건물들에서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들의 불빛이 밤바다에 수를 놓고 있다.

이 불빛들에 흔들거리는 바다는 바로 앞 내 창문 앞에서 잔잔하게 매혹적으로 찰랑대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밤을 어떻게 잠으로 보내야 하나 싶다.

DSC02538.JPG 창을 통해 본 아마스라의 밤바다와 야경

어제 우리가 머물렀던 악차코자 마을도 아름다운 휴양지라고 감탄했는데 이곳 아마스라 마을 분위기는 악차코자와 전혀 다르다.

나는 아마스라의 아기자기한 마을 분위기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악차코자가 남성적인 낭만과 멋짐이 있다면 아마스라는 여성스럽고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는 마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루라도 더 묵고 싶지만 일정이 짜여있는 터라 그럴 수도 없고...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다.

아마스라는 '흑해의 진주'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끝없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유적이 보존되어 있는 아마스라는 나에게 영원히 낙원으로 기억될 테니 말이다.




아마스라에서 맞는 아름다운 아침이다.

기지개를 켜며 미소를 지어본다.

일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창을 열고 아마스라의 아침 풍경과 분위기를 느끼는 일이다.

청량한 공기와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풍경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수채화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이런 풍경과 함께 하는 아침식사는 커피와 아이란, 달걀과 과일 그리고 어제 산 피데(pide)가 아침식사 메뉴 전부지만 배도 부르고 마음도 풍족하다..


식사 후 우리는 아마스라의 등대가 있는 언덕 'Amasra Boztepe'을 산책하기로 했다.

북적거리던 일요일 어제 오후 거리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월요일 아침의 조용한 시골 마을로 변해버렸다.

성문 앞 길 모퉁이에서 처량하게 노래를 부르던 여가수의 목소리도 그녀의 모습도 사라지고 없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Kemere 다리에도 아무도 없다.


서서히 마을 중턱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옥수수를 팔고 있는 할아버지는 우리가 어딜 가는지 다 알고 계신다는 듯 묻지도 않았는데 손가락으로 우리가 갈 길을 가르쳐 주신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행복한 아침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턴지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한 개가 아침 산책의 친구가 되었다.

튀르키예의 개들 목에도 나라에서 인식표를 달아주는지 목에는 인식표가 달랑거리고 있다.

개도 마치 우리가 갈 길을 알고 있다는 듯 우리보다 몇 발짝 앞서며 나를 따라오라는 듯 걷는다.

우리가 멈추면 개도 멈추고 심지어는 우리를 흘깃 돌아보며 우리가 오는지도 확인한다.

꽤나 영리한 개다.

하지만 높은 곳에 오르려니 앞서 가던 개가 숨이 차는지 헥헥 거린다. 나이를 많은 개인가 보다.


이 언덕 오르막길엔 슬픈 전설을 갖고 있는 '우는 나무(ağlayan ağa, weeping tree)'가 있다.

사랑하는 두 연인을 부모가 강력히 반대했고 두 연인은 이 나무에 목을 매고 죽었는데 그 이후 나무에서 물이 떨어져 '우는 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울어 눈물이 말랐는지 지금은 나무가 많이 말라있다.

DSC02549.JPG weeping tree(ağlayan ağaç)


약 20-30분 정도 올라가니 드디어 하얀 등대가 보이고 아마스라의 전경이 보인다.

이곳은 Amasra의 가장 멋진 전망을 제공하는 곳임에 분명하다.

아마스라로 들어오는 선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던 이 등대는 흑해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 중 하나이며 독특한 건축으로 지어져 해변의 보석이라는 별명도 있다.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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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스라 언덕의 등대

흑해는 여전히 잔잔하고 언덕 맞은편엔 사람이 살지 않는 토끼섬이 외롭게 있다.

토끼섬 한쪽 끝에 있는 바위틈을 통과하면 병자가 회복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는 섬인데...

앞에 보이는 저 틈인가? 하지만 아무리 작은 배라도 지나갈 수 없는 폭이다

어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을 만나니 이마저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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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sra Boztepe에서 본 아마스라와 흑해 그리고 토끼섬


이곳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잔잔한 흑해는 몇 년 전 산토리니 요새 정상에서 아침 산책을 하며 보았던 에게해를 떠올리게 한다.

그날 아침도 오늘처럼 바람 잔잔한 맑은 날씨였는데...

잔잔하고 짙푸른 에게해(Aegean sea)와 호수 같은 코발트블루의 흑해(Black sea)가 오버랩된다.

바다를 보며 서있는 내 얼굴에 바람이 머리카락을 데리고 와 얼굴을 간지럽히는데 이마저도 싫지 않다.

오히려 이 바람에 계속 내 얼굴을 내어주고 싶다.

하지만 곧 떠나야 한다.

아름다운 아마스라를.....




섬에서 나와 아마스라 마을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공원 아하틀라 공원(Ahatlar Nature Park)에 들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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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마스라를 그냥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눈에 더 담아놓고 싶어 아마스라 섬 마을을 멀리서도 볼 수 있다는 공원을 들러 가기로 했다.

공원 전망대에서 보는 아마스라도 역시 아름답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계속 확장 공사를 하는지 방파제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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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tlar Nature Park에서 보이는 아마스라

지금 그대로가 좋은데 왜 계속 바꾸고 넓히려는지 속상하기도 하다.

변화와 발전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스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원하는 건 옛 정취와 아름다운 자연풍경의 아스마라일 텐데...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아마스라를 떠나려는 발걸음이 갑자기 무거워진다.




좁은 성문을 힘들게 통과해야만 보석처럼 아름다운 마을을 만날 수 있는 아마스라(Amasra)!

3천 년 전의 역사적 작품들과 흑해의 웅장한 자연을 품고 있는 아마스라(Amasra)!

아마스라는 틀림없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아스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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