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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내게 준 것

by 문과체질 내과의사

6살 된 나의 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면 나를 항상 찾는다. 평일엔 모두 잘 때 아침 일찍 출근하기에 아들을 보지 못하고 나간다. 그래서 아들은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나와 같이 아침을 맞이하게 되면 그렇게도 좋아하며, 나에게 안긴다.


오늘 여름휴가가 시작되어 오랜만에 평일 아침을 아들과 같이 맞이했다. 2시간 정도 아침에 몸을 부대끼며 놀아주고, 아들이 좋아하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는 몸이 찌푸둥해서 운동을 하러 집 근처의 헬스장에 다녀오겠다고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나는 30분이면 금방 다녀온다고 얘기했다. 오랜만의 아빠와의 시간이 아들에게 2시간으로는 너무 짧았나 보다. 아들의 시무룩함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금방 운동하고 올 요령으로 얼른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닫히는 문틈 사이로 내가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아들에게 인사를 했다.


"아빠 얼른 다녀올게~ 엄마랑 놀고 있어~괜찮지?"


"응 괜찮아~ 아빠.. 안녕~"


그래도 웨이트, 유산소 운동 둘 다 제대로 하려면 한 시간은 해야지 생각하며 헬스장으로 열심히 뛰어갔다. 헬스장에 출입증 앱을 켜려 휴대폰을 보니 그사이 아내가 동영상을 하나 보내 도착해 있었다.

동영상을 재생하니 아들이었다.


"으아아앙~~ 엉엉. 아빠~~ 엉엉~ 빨리 와~~"


아들은 내가 나가자마자 엄마의 무릎에 누워 오열을 하고 있었다. 귀엽고도 짠한 아들의 모습에 가슴 뭉클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를 이렇게 조건 없이 사랑해 본 적이 언제인가. 아들과 시간을 보낼 때도 두세 시간만 지나면, 힘들어져서 다시 혼자 있고 싶어지는 데, 나와 하루 종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나는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양육의 내리사랑보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자식의 "오르"사랑이 더 큰 것은 아닐까.


그런 사랑이 괜찮다고 말했다고, 진짜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헤어지는 찰나의 순간까지 아쉬워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는 괜찮다고 하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안 보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는 것이었다. 나를 보내주려 괜찮다고 말해도 그 사랑은 찰나의 순간도 같이 있고 싶은 것이기에, 진짜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를 이렇게 찰나의 순간까지 아쉬워하며 기다려 본 적이 언제였는가 생각해 본다. 아들의 작은 몸에서 나오는 사랑의 상대적 크기는 나의 사랑보다 너무나 큰 것이었다.


이쯤 되면 헬스장의 쇳덩어리들이 눈에 잘 들어올 리가 없다. 그래도 나의 운동은 가족을 위한 생존운동이기도 하기에 매일 하던 3세트의 운동은 2세트로 줄이고, 3km 조깅은 1.5km로 줄이기로 한다.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아들을 데리고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바닥 분수가 있는 공원으로 다시 나올 것이다.


집으로 조깅을 하며 돌아가는 길은 한 껏 가볍다. 그렇게 큰 오르사랑을 주는 아들이 지금은 눈물을 그치고 나를 한 껏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니.

30분의 기다림을 3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그렇게 나를 꽉 안아줄 것이니.

그래서 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놓치지 않고 온전히 느끼려 한다.


언젠가 아들의 세상에서 부모가 서서히 희미해지고,

그 자리가 자신의 것으로 바뀌는 그때가 올 때까지.

아들이 나와 놀아주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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