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에 서있던 태양이
나의 두 눈에 가득히 담겼을 때
새하얀 어둠과 적막이 찾아왔다
날 따라다니며 시끄럽고 고통스럽게 하던
잡음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태양이 아니 내가 태양을 지나쳐가던 순간이었다
태양은 이제 바람과 나무 사이로도 새하얗게 반짝였다
이윽고 해는 지고 다시금 어둠과 소음들이 차오를 때
우연히 바람을 타고 날아온 작은 벚꽃 잎 몇 장이
달빛에 아스러진다.
아 아
나는 또다시 시끄러운 침묵 사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그저 달려갈 뿐
< Largo, midnight sun>